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싸이코

입력 2005-09-01 14:21:20

인격의 미성숙과 해리 현상

일상에서 "그 사람 완전히 싸이코야"라고 비난하는 경우를 본다. 싸이코(psycho)는 정신병(psychosis)이란 뜻인데, 이런 경우는 뭔가 예측불가능하거나, 수수께끼 같다거나, 가까이 하기엔 좀 위험한 것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정신과와 정신병에 대한 편견의 단면이기도 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싸이코'는 해리장애의 일종인 다중인격장애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도 하며, 정신병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 공포스럽고 급작스런 반전 때문에 '싸이코'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다. 특히 주인공 마리온의 욕실 내 살해 장면은 센세이셔널한 공포와 충격적인 장면으로 유명하다.

회사원 마리온은 공금 4만 달러를 갖고 잠적한다.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사설탐정이 그녀의 행적을 뒤쫓는다. 마침내 그녀가 첫날 밤 묵었던 모텔을 찾아낸다. 모텔 주인인 노먼은 잘 생긴 청년으로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는 모텔 옆의 저택에서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고 했다. 그러나 왠지 범상치 않은 이 청년이 미심쩍었던 탐정은 그의 어머니를 만나려고 하지만, 노먼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 몰래 저택으로 숨어 들어간 탐정은 정체불명의 노파에게 죽임을 당한다. 노먼과 노파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노먼은 밤중에 한적한 모텔로 찾아든 미모의 마리온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본 노먼은 순간 욕정에 사로잡힌다. 그때 노먼은 갑자기 야수처럼 공격적인 모습으로 돌변한다. 노파 차림을 한 노먼은 샤워 중이던 마리온을 무자비하게 살해한다. 잠시 후 처참하게 죽은 마리온을 보며 노먼은 어쩔 줄을 모른다.

노먼은 원래 착하고 숫기가 없고 의존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강한 감정적 자극을 받으면, 인격의 해리를 일으킨다. 원래 인격인 청년 노먼과 이차적 인격인 공격적인 어머니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장애자였다. 어린 시절 신체적,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거나, 부모의 죽음 같은 충격적인 사건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노먼의 발병 원인은 무엇일까. 8년 전, 어머니는 사별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긴 노먼은 두 사람을 살해했다. 어머니에게 매우 의존적이었던 노먼은 어머니의 사체를 박제하여 함께 살았다. 박제인간인 어머니와 대화를 하고, 어머니가 부르거나 명령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일시적 환청을 경험할 수 있다. 아들의 가장 자연스런 벗은 어머니라고 여기며 노먼은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끊고 은둔생활을 해왔다.

그런 노먼이 마리온에게 욕정을 느끼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배신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극이었다. 그 순간 노먼의 통제를 벗어난 이차적 인격이 우세해지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마리온의 살해자는 노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닐까.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당할 때 인격은 해리현상을 일으킨다. 이 병은 현실적인 고통도 원인이 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인격의 미성숙이다. 고통을 참아내고 처리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 큰 고통에 직면했을 때 발병하는 것이다.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성격의 일부가 그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서 하나의 다른 성격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해리라고 한다. 몽유병, 이중인격, 자동필서 등이 그 예이다. 무질서하고 난잡한 생활을 하며, 약물을 사용하거나, 모호한 두통, 복통, 전신마비 등의 신체증상이 심하고, 자살 시도가 잦은 사춘기 여자에게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남자의 경우는 법적인 문제로 교도소에 가는 경우가 있다.

정신과전문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