早老症 한국 경제, 체질 개선 시급

입력 2005-08-29 11:41:23

향후 10년 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이란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인 것이다. 설비투자는 늘지 않고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성장에너지마저 고갈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성장통을 앓아야 할 시기에 성인병이 먼저 도래한 셈이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세계적 경쟁 심화, 투자위축, 노동공급력 둔화, 금융중개기능 약화, 경제 불안정성 증대 등을 꼽았다. 문제는 이 같은 잠재성장률 하락이 치유가 싶지 않은 고질병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분배와 성장을 놓고 아직도 갑론을박이고 민간 경제주체들은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내 탓'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네 탓'만 하며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힘을 능가한 지 오래인 재벌들은 규제를 풀라며 으름장을 놓고 대기업 노조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먼저 경제 체질의 노화현상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한은 박승 총재는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와 대결적 노사관계, 무리한 복지요구,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성장동력 약화, 집단이기주의 및 지역이기주의 등을 노화 유발요인으로 제시했다. 진단이 나왔으면 처방이 필요하다.

'한국병'을 치료하는 처방은 체질개선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체질개선을 위한 특별한 보약(補藥)이 없다. 오로지 운동을 통해 체질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각 경제주체들의 땀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각 경제주체들의 동향에는 이러한 기미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불행이 여기에 있다. 정부는 설비투자 확대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한편 각 경제주체들이 대타협에 나서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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