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노래에 얽힌 삶의 편린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시골교회에서 세상에 기댈 곳이 없는 장애인과 노인 등 30여명이 모여 힘을 합해 살아가는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임락경 목사(60).
임 목사는 늘 힘없고 소외된 이들의 벗이었다. 결핵환자가 많았던 60년대에는 전라도 광주 무등산에서 결핵환자들을 돌보았고, 70년대에는 경기도로 와서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실직자들과 살았다. 80년대부터는 지금의 장애인들과 지내고 있다.
그가 해방이후 유신까지 불린 노래를 모은 '촌놈 임락경의 그 시절 그 노래 그 사연'(삼인 펴냄)이란 책을 냈다. 2001년 건강서적 '돌파리 잔소리'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책엔 '해방가' '수정가' 등 창가, '달 따러 가자' 등 구전 동요를 비롯해 '이 대통령 찬가' 등 관제 가요, '제2 훈련소가' 등 군가와 '단장의 미아리 고개' '참전 용사를 보내는 노래' 등 군가에 준하는 노래, 성가, 운동가요 등 72곡이 실려 있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민중들이 즐겨 부르던 잡다한 노래들 중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살려내 엮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은 노래 책이 아니다. 저자는 수록된 노래를 통해 특이한 방식으로 그의 삶의 이력을 풀어놓고 있다. 이 노래들은 오히려 그의 삶의 이력을 담기 위해 동원된 수단처럼 보인다.
수록된 노래는 모두 임 목사가 기억하고 부르는 것들. 노래가 불렸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저자 자신과의 관계 등 노래에 얽힌 사연들이 읽을 거리다. '이 대통령 찬가'와 함께 불려졌던 '이기붕 선생' 노래는 1959년 한창 보급되다 60년 4.19혁명으로 1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4·19 직후 제목도 없이 구전되다 5·16 이후 없어진 '권불십년(權不十年)', '굳세어라 금순아' 의 3절 가사도 담겨 있다. 깡패가 많아서 학교에 다니기 싫었다는 이야기 등 저자의 삶을 통해 당시 사회의 한 편린을 엿볼 수도 있다.
"내가 자랄 적에는 방에서 누워서 해 뜨는 것을 못 보았다. 헌 나라일 때는 그랬었는데, 요즈음 새 나라에서는 참 늦게 일어난다." 그는 온 국민이 부지런히 일하며 공동체 정신으로 살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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