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맛본 한국마라톤 '재기 날갯짓'

입력 2005-08-19 07:51:43

2005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처참한 몰락을 맛본 한국마라톤이 힘겨운 재기를 모색한다.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과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해온 한국마라톤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녀 모두 40위권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황영조, 이봉주 등 일부 천재들에게만 의존한 채 눈앞의 현실을 망각한 안이한 대처가 값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19일 세계선수권대회와 터키 이즈미르 유니버시아드를 참관하고 귀국한 신필렬 회장 주재로 임원 회의를 열어 마라톤을 비롯한 한국육상 중흥 프로젝트와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육상연맹은 이어 다음 주중 마라톤과 트랙.필드 기술위원회를 동시에 열어 구체적인 경기력 향상 방안을 수립하고 회장단과 각 부문 위원장들이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워크숍도 가질 예정이다.

신 회장은 세계선수권대회 도중에도 "마라톤 기술위원회를 통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해둔 상태다.

한국마라톤의 중흥을 이룬 명문팀으로 역사를 이어오다 최근 큰 위기를 맞은 코오롱 마라톤팀도 다음 주중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코오롱 마라톤팀은 회사 사정이 나빠진 데다 지도자와 선수들의 불화까지 겹쳐 일부 선수들이 숙소를 이탈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안팎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한국마라톤의 한 축을 이어온 코오롱 마라톤팀이 해체 수준을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 상황.

코오롱 마라톤팀 관계자는 "그동안 숙소를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을 하면서 선수와 지도자 모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아무튼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육상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하준 감독이 떠난 뒤 코치 체제로 운영돼온 코오롱 마라톤팀은 최소한의 슬림화된 선수단으로 흐트러진 팀 체제를 복원한 뒤 명맥을 이어가면서 재기를 모색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국내 실업 마라톤팀은 시.군청과 공기업 팀을 제외하면 삼성전자와 코오롱 뿐이다.

코오롱 마라톤팀은 80-90년대 '도로의 승부사' 고(故) 정봉수 감독을 중심으로 황영조, 이봉주, 김완기, 김이용, 권은주 등 한국마라톤을 대표해온 건각들을 길러냈고 90년 이후 한국기록 양산의 산실 역할을 해온 팀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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