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성공단

입력 2005-08-12 10:43:50

"북, 여기서만 벌어도 한 해 식량 살 돈"

"2단계 공단까지만 조성하면 북한은 한 해 식량부족분 모두를 상쇄하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 개발 남측 관계자)

개성공단이 남북한에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다. 정치·군사·사회적 의미는 차치하고 경제적 효과만 따져서도 그렇다. 개성공단은 현재 2만8천여 평 규모의 시범단지 조성에 한창이다. 입주예정 15개 기업 중 이 달 현재 6개 회사가 공장을 완공해 가동하고 있으며, 나머지 9개는 연내 완공을 목표로 건설공사에 바쁘다. 11일 준공식을 가진 로만손 협동화공장이 6번째인 셈.

개성공단은 이제 시작이다. 현대아산과 북측은 개성공단을 더 키울 방침을 갖고 있다. 3단계에 걸쳐 개성시 및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 총 2천만 평 규모의 공단을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우선 1단계로 2007년까지 개성시 봉동리 일원에 100만 평 규모의 공단이 만들어진다. 북측으로부터 토지를 50년간 임차하는 형식이다. 이후 2단계 200만 평, 3단계 500만 평 등 모두 800만 평 정도가 공단으로 조성된다. 나머지 1천200만 평에는 상가, 주택, 관광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단이 계획대로 조성되면 순차적으로 파급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단계 100만 평이 조성되면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수입만 연간 6천만 달러가 발생하고, 고용인력은 8만4천 명에 이른다. 3단계 500만 평이 만들어지면 무려 6억 달러의 북측 임금수입이 나타나고 73만 명의 북측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남측 역시 1단계 100만 평만 조성돼도 연간 9조4천억 원의 생산효과와 1만3천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측했다.

개성공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남측 한 관계자는 "북측이 연간 약 150만t의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데 이를 옥수수로 환산하면 3억 달러 가량, 안남미로 환산하면 4억 달러 가량"이라며 "향후 2단계 공업단지만 조성되면 북측은 식량부족분을 상쇄할 만한 돈을 개성공단 1곳에서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책정된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 임금이 57.5달러인데, 북한 근로자에게는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라며 "상당수 근로자가 월 5달러 이하의 생활비를 쓰는 점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은 이미 북측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에 이미 발을 들여놓은 기업인들은 일단 개성공단에 합격점을 주고 있다.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저렴한 비용구조. 세금이 국내에 있을 때보다 절반 이하로 낮고 노동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 전력·수도 등의 사회간접자본도 만족할 만하다는 얘기다. 전력은 남쪽에서 1만5천kW 용량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지금은 지하수를 쓰고 있지만 향후 상수도 건설도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겪어본 사람들은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이 "잘 나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김기문 로만손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3년 이내 500여 개 모델 생산라인을 갖추고 연간 80만 개의 시계를 생산, 세계시장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교통·통신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북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어 출입이 너무 번거롭다는 것. 통신도 불편해 개성에 상주하는 남측 근로자들은 가족 소식에 답답해하고 있다. 남측 근로자들은 가족에게 소식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측은 출입, 통관 등에서 갈수록 남측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추세여서 본단지 분양이 되면 이러한 불편의 대부분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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