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 2파전, PDP냐 LCD냐

입력 2005-08-04 08:57:32

"PDP를 살까, LCD를 살까?"

디지털TV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 가운데 LCD와 PDP를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제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는데다 가격도 수백만 원에 이르러 소비자들은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다.

▲30인치급 LCD, 40인치급 PDP '강세'

4일 국내 최대 전자전문점 하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국내 TV시장에서 디지털TV 판매 비중은 80%. 작년 초보다 20% 늘었다. TV를 장만한다고 하면 당연히 디지털TV를 구입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특히 이 기간 동안 고가 제품인 PDP와 LCD TV 매출 비중은 10%에서 60%로 급격히 높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브라운관과 프로젝션이 주도하던 TV시장이 급속히 고가의 PDP와 LCD로 재편되고 있는 것.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이 확정된 후 치열하게 전개된 업체간 판촉경쟁이 제품가격을 떨어뜨려 수요를 촉발시켰다는 게 하이마트의 분석. 작년 초까지만 해도 800만 원 대에 팔리던 42인치 PDP TV 가격이 올 초 300만원 대까지 하락했으며 LCD TV도 400만 원 안팎이던 32인치 제품이 200만 원대로 떨어졌다.

디지털TV 시장의 판도를 보면 30인치급에서는 LCD TV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32인치 일체형 LCD TV 가격은 이레전자 등 국내 전문기업 제품이 190만 원대, 삼성·LG전자 등 대기업 제품은 270만~310만 원 대다. 여기에 중국 최대 백색가전 업체인 하이얼이 32인치 LCD TV를 129만9천 원에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40인치급 이상 시장에서는 PDP TV가 강세다. 42인치 일체형 제품 경우 전문기업 제품 가격은 290만 원 대, 대기업 제품은 400만 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LCD TV도 있지만 가격이 500만 원 대로 PDP 제품에 비해 100만 원 이상 고가다. 최근 LCD TV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40인치급 이상에서는 판매 제품의 80%가 PDP TV라고 하이마트는 밝혔다.

▲첨단 TV 출시 '봇물'

디지털TV에 대한 수요 폭발로 첨단 기능을 갖춘 LCD와 PDP TV가 잇따라 시장에 나와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구미에서 대구로 본사 이전을 앞둔 LCD TV 전문기업 디보스는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로 찍은 사진이나 MP3 파일 등을 재생할 수 있는 23, 32인치 와이드 LCD TV를 이달 초 출시한다.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찍은 정지영상(JPEG)이나 동영상(MPEG1)이 담긴 메모리카드, MP3 파일 등이 담긴 메모리 스틱을 꽂으면 TV 화면으로 재생할 수 있다. 디보스 인터넷 쇼핑몰(www.dibossmall.co.kr)과 전국 롯데백화점 및 디보스 대리점을 통해 판매할 예정.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32인치 일체형 LCD TV는 290만~310만원 대로 32억2천만 가지 색상을 구현할 수 있으며 동영상에 대한 응답속도가 일반 제품들보다 두 배 빠르다. PC 접속 기능이 있으며 화질 전문칩인 DNIe를 탑재했다.

LG전자가 새로 내놓은 32인치 일체형 제품은 메모리 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멀티슬롯을 갖췄다. 5세대 수신칩을 탑재해 디지털방송 수신율을 높였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32인치 일체형 제품은 240만 원 대로 화질전문칩을 채용해 선명도를 높였으며 방송프로그램 채널 안내를 화면에서 보여주는 기능을 채용했다.

LCD에 맞서 PDP도 첨단 기능을 갖춘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42인치 일체형 PDP는 400만 원대로 LCD TV에 주로 채용하던 PC 접속기능을 갖췄다. 명암비도 1만대 1로 화질 선명도를 개선시켰다. 어두운 영상과 밝은 영상 모두에서 입체감을 뚜렷하게 표현해준다.

LG전자는 방송을 녹화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일체형 디지털 PDP TV를 선보였다. 수십 시간 분량의 영상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다. 메모리 멀티슬롯을 채용하고 있어 디카로 촬영한 영상이나 컴퓨터에서 다운받은 음악 파일을 편리하게 재생할 수 있다. 스탠드형 제품이 400만 원 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42인치 일체형 제품은 290만 원 대로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며 화질 전문칩 MGDI 엔진을 탑재해 화질을 선명하게 했다.

▲자신에게 맞는 TV를 골라야.

가전제품 매장에서 화면을 보면 집에서 볼 때보다 작게 보인다. 그러므로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구입할 제품의 화면 사이즈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LCD TV는 컴퓨터 모니터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가격이 높지만 밝고 선명한 것이 최대 강점. TV와 대형 모니터가 동시에 필요한 소비자에게 특히 좋다. 그러나 LCD TV는 액정 응답속도 때문에 빠른 동영상을 구현할 때 화면 잔상이 남는 단점도 있다. 제품을 구입할 때는 제품의 응답속도가 충분히 빠른지 살펴봐야 한다. 최근 출시되는 8ms 제품은 응답속도가 빨라 잔상이 거의 없다. 너무 싼 제품은 패널 응답속도가 느린 제품일 수 있으니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하이마트의 조언.

PDP TV는 스포츠경기나 액션영화처럼 빠른 동영상을 자연스럽게 구현해주는 게 최대 장점. LCD에 비해 소비전력이 월등히 많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항상 일정한 전력을 소비하는 LCD와 달리 PDP는 특성상 밝은 화면에서 소비전력이 높고 어두운 화면에서 소비전력이 낮다는 것. 따라서 최대소비전력만 놓고 보면 PDP가 더 많지만 실제 사용에 있어선 LCD와 큰 차이가 없다. 밝기와 선명도는 LCD가 높지만 명암비는 PDP가 높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TV가 갖춰야 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알고 구입하는 게 중요하다. 밝고 선명한 화질의 TV를 보고 싶다면 다소 고가지만 LCD TV가 좋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큰 화면의 TV를 보고자 한다면 PDP TV가 좋다.

구입 예산이 문제라면 국내 전문업체 제품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저렴하게 TV를 장만하는 방법. 같은 크기의 제품이라면 대기업 제품보다 20~30% 싸다.

▲누가 최후의 승자?

PDP와 LCD 가운데 앞으로 디지털TV 시장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같은 집안'인 삼성전자(LCD)와 삼성SDI(PDP)가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내놓을 정도다.

삼성전자 LCD 총괄 석준형 부사장은 최근 "LCD 시장규모가 지난해 480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7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LCD가 30인치대와 40인치대로 급속히 대형화하면서 PDP는 50인치대로 영역을 전환하고 프로젝션 TV는 60인치대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 김하철 상무는 최근 디지털TV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PDP 수요가 올해 700만 대에서 2007년에는 1천500만 대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PDP와 프로젝션 TV가 양분했던 40인치급을 앞으로는 LCD와 공유하는 대신 50인치대 시장을 PDP와 프로젝션 TV가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스플레이뱅크 권상세 사장은 37인치 이상 대형 디지털TV 시장이 올해 1천450만 대에서 2009년에는 4천180만 대로 급성장할 것이라면서 이중 PDP가 1천780만 대, LCD가 1천750만 대로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LCD와 PDP 모두 지속적인 동반 가격 하락세를 거듭, 가격 차이 자체가 큰 의미가 있을 수 없고 한치의 양보없는 싸움에서 어느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 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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