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굿 윌 헌팅

입력 2005-07-28 08:48:47

자기애성 성격소유자의 불행

보스턴 빈민가에 사는 윌 헌팅은 낮에는 MIT 공대 청소부로, 밤에는 동네 건달로 살아간다. 그는 대학에는 다니지 않았지만,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다. 입심이 좋은 윌은 대학생들과 자주 논쟁을 벌이며, 자신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주먹질을 하였다. 자신은 특별하다고 믿는 자기애성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느 날 MIT공대의 램보 교수가 학생들에게 낸 수학문제를 윌이 몰래 풀어놓고 사라진 일이 있었다. 램보 교수는 어려운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낸 학생을 수소문하던 중 법정에서 그를 발견한다. 폭행 전과가 많은 윌은 다시 폭행죄로 붙잡혀 이번에는 교도소에 수감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램보 교수는 윌을 석방시켜주는 대신 두 가지 조건을 내세운다. 하나는 자신과 함께 수학 연구를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다. 천재를 발견한 램보 교수는 윌의 능력을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재능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오만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윌은 램보 교수의 진정한 바람을 무시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만나지만 비협조적이었다. 감정이 차갑고 남에 대한 관심이 결여된 윌은 의사와 관계 맺기를 거부하였고, 여러 의사들이 치료를 포기하였다. 마침내 숀이라는 정신과 의사를 만난 윌은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윌은 어린 시절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입양되었다. 그러나 양부의 모진 학대로 여러 번 다른 집으로 옮겨야했던 윌은 세상에 대한 깊은 불신과 증오심을 갖게 된다. 윌은 버림받고 학대당하는 무력하고 열등한 자기(self)를 방어하기 위해, 과대적인 자기를 만들어낸다. 병적으로 과대한 자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남을 깔보고 오만하게 굴어야 한다. 누가 조금이라도 열등감을 자극하는 말을 하면 화를 참지 못한다. 이것이 자기애적 성격이 생기는 기전이다. 이것은 개인 뿐 아니라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열등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국가가 안간힘을 써서 과대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어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일삼고, 비판하는 집단에게 강한 폭력을 휘둘러대는 현상도 병적인 나르시시즘의 한 단면이다.

자신의 열등한 모습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윌은 사람들과 친밀해지는 것을 꺼렸다. 윌은 스칼라라는 여자를 만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스칼라가 윌의 부모 형제나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고 제안하자, 윌은 두려워하며 관계를 끝내버리고 만다. 그 후 공허감과 우울감에 고통스러워한다.

윌은 자신을 비난하거나 공격할지도 모를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몰래 혼자서 책을 독파하며 지식으로 무장한다. 직접적인 경험 대신에 이론들로 무장하여, 용납하지 못할 감정과 충동에서 기인한 불안을 방어하려는 무의식적 과정을 지식화(intellectualization)라고 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천재성이 있더라도 좌절과 비난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생활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한다. 윌은 천재성을 가졌지만 유용하고 자기만족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천재가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윌처럼 개인적인 불행도 안타깝지만, 런던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화학자 엘-나사르처럼 헛되이 그 명석한 두뇌를 사용하게 될 때는 그 폐해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많은 천재 과학자들이 군사 관련 연구나 핵개발에 투입되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처럼 말이다.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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