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韓銀 총재의 양극화 불가피론

입력 2005-07-26 11:55:36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한 세미나에서 양극화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괴롭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역동적인 발전 패턴이기 때문에 변화에 적응하고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극화는 경제 선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것이니 허리띠를 계속 졸라매라는 얘기다. 하지만 박 총재의 발언은 올해 초 정부가 '동반 성장'을 내세우며 양극화를 극복하겠다고 한 정책과 배치된다.

박 총재는 지난해부터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고, 일은 덜 하고 욕구만 분출하는 사회 풍토를 비판하며 '경제 체질의 노화(老化)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이날도 우리 경제 체질의 노화 유발 요인으로 고임금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현상, 근면 노동의 기피와 대결적 노사 관계, 저부담'고수혜를 바라는 무리한 복지 요구 등을 꼽으며 선진 경제로 도약하려면 상시적인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의 양극화 대처 방안에는 문제가 많다. 현재의 경기 침체는 소득 양극화에 따른 내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고소득층은 해외에서 소비하고 저소득층은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박 총재도 이날 세미나에서 지난해 기업 부문의 가처분 소득은 41% 증가한 반면 개인의 가처분 소득은 0.9%밖에 늘지 않아 민간 소비가 오히려 0.5% 감소했다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한은 총재라면 양극화 불가피론을 설파할 게 아니라 양극화 극복 방안을 내놔야 한다. 상반기 집중적인 재정 투입에도 내수는 살아나지 않고 부동산 투기 열풍을 불러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경쟁 격화로 이젠 투기 자본조차 초과 이윤을 얻을 곳은 많지 않다. 양극화의 원인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탓이지, 결코 우리 국민이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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