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수활(獸活)

입력 2005-07-23 11:11:52

잠 못이루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동물원도 비상이다. 찌는 더위에 생체 리듬이 파괴돼 생리 장애를 일으키는 탓이다. 특히 북극곰 등 추위에 익숙한 동물들에게 삼복 더위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준다. 침팬지 등 열대 동물들도 국내 사육기가 길어지면 여름을 탄다고 한다. 물을 자주 갈아주고 제철 과일이나 고단백 영양식을 공급하는가하면, 에어컨을 틀어 주기까지 한다. 동물들의 더위 탈출을 돕느라 동물원 사람들이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그 고통은 가축도 예외가 아니다. 가축의 생체 리듬을 가늠하는 열량지수의 적정 범위가 1천-1천500이라면 열대야가 이어지는 요즘은 2천500 정도가 된다고 한다. 땀샘이 발달하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서 대량 사육되는 닭의 고통을 생각하며 삼계탕을 먹는 이가 얼마나 될까. 피부 지방층이 두꺼운 돼지도 여름철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수의학과 대학생들이 3년째 수활(獸活)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문성을 살려 농활(農活)을 특화한 활동이다. 그 현장의 일과는 야생동물 치료와 재활로 이뤄진다. 유리창에 부딪혀 다친 물총새, 교통사고로 발목이 잘린 고라니, 밀렵꾼의 총에 맞아 날개가 부러진 말똥가리 등이 미래의 수의사들로부터 치료를 받는다. 주사 놓고 철핀 박는 수술도 하면서 생명을 지켜준다. 치료 뒤엔 자연으로 보내기 위한 재활 훈련도 이들의 몫이다. 야생의 생존력을 되찾아주기 위해서다.

○…울산에서는 내년 말 야생동물병원이 문을 연다고 한다. 차에 치어 부상 당하거나 병든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구조센터다.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울산의 높은 산에는 고라니'멧돼지는 물론 멸종위기에 몰린 담비'삵 등 야생동물이 어느 지역보다 많다고 한다. 구조센터에는 야생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을 입원 치료할 시설이 갖춰지며 수의사와 수의간호사 구조대원 및 재활 요원이 대기한다.

○…환경 파괴와 인간의 욕심으로 피해를 입는 동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보내진다는 소식은 흐뭇하다. 야생동물 살리기가 자연을 살리고, 다시 인간을 살리는 활동이라는 게 야생동물 보호와 구조에 나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쾌적한 환경은 사람과 공존하는 동물들에게도 소중한 권리이며,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또한 동물들의 바람이 아닐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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