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보도 '안기부 내부문건' 무슨 내용 담겼나

입력 2005-07-23 09:23:40

MBC가 22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집중보도한 옛안기부 내부 보고문건 내용은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계 등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MBC는 일단 전날 "대기업 고위 임원과 중앙언론사 고위인사가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스스로 당사자임을 밝혔다"고 보도중 언급하며 두 사람의 실명을공식 거론했다.

또 이날 보도에선 해당 기업명과 최고위층 인사 및 대화 속에 거론된 몇몇 인사들의 경우 실명과 함께 인터뷰 화면도 내보냈다. 문건 내용을 부인하는 인사들의 경우는 모자이크 화면과 함께 음성을 변조 처리했다.

'뉴스데스크'는 도청테이프의 원음 및 실명 공개 등을 금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육성은 들려주지 않는 대신 97년 세 차례에 걸쳐 내부보고 문건을 근거로보도했다.

다음은 주요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대선자금 규모-'100억원이 넘는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대로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해당 기업에서 100억원이 넘는돈이 여당측 후보에게 건네졌다.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여당 후보가 안을 짜오겠지만 15개(15억원) 정도가 아니겠느냐', (두 사람은경선이 끝난 뒤 다시 만나) '후보 측근을 통해 30억원을 줬는데 다 써버렸다', '18 개(18억원)도 전달했다'고 보도.

선거 과정에서 언론사 고위인사가 여당 후보 캠프에서 이미지 작업을 위해 11억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대기업 고위임원이 주저없이 승낙했다. 한달 후 회장님의 방침이라며 추가 지원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30억원을 전달했다. 따라서 여당 후보에게 전해진 불법자금은 100억원이 넘는다.

▲'자금 전달 주역' '창구 단일화' 자금을 전달하는 사람은 초기 선거 대책 본부의 책임자였던 A의원과 해당 언론사 고위 간부 출신인 B의원이었다. 이들이 맡던 정치 자금 창구는 선거가 본격화된 후 여당 후보 동생으로 일원화된다.

언론사 고위인사는 대기업 고위임원에게 "그 쪽에서 (후보의 동생인) L씨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L씨에게는 형님께서 '오리발'(정치권에서 안받았다고 오리발을 내밀어도 되는 현금을 지칭하는 은어)을 주자고 한다. 집으로 오라고 해서 생색 좀 내며 두 개를 차에 실어 보냈다." "두명이 15개는 옮기는데 30개는 힘들다. 해당 기업 비서실 임원, 나, L씨 셋이서 백화점 주차장에서 만나든지 해야 한다." ▲ '대선광고 지원' 해당 기업이 여당 후보의 광고 비용을 전폭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97년 대선은 이미지 광고 대결이 치열했다. 여당 후보의 이미지 전략과 비용을 해당 기업이지원했다. "A 의원이 여당 후보의 이미지 만드는 작업하는데 11억원이 소요된다며도와달라"고 하자 대기업 임원은 "그러지요"라며 응답했다.

A 의원은 "97년은 전환기였다. 신문광고, TV 토론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돈이많이 든 거고"라고 인터뷰에 응했다. 실제 해당 기업 광고기획사는 언론사 고위인사의 친동생이 대표로 있는 그룹의 계열사로, 이 기획사의 간부급 인사는 후보의 이미지를 고안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기획사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그 당시 여기 있었던 사람이 그 사람의 개인적인 거라고 해서 했던 것…저는 그냥 저의 의견을 드리고…"라고 말했다 이 기획은 회사내에서도 비밀리에 이뤄졌으며 몇몇은 여당 후보의 캠프에 직접 들어가 대선전략을 짜기도 했다.

▲'양다리 걸치기' 언론사 고위인사는 97년 야당 후보를 찾아갔던 이야기를 대기업 임원에게 전했다.

"야당 인사를 며칠 전 만났는데 회장님께 편지를 하나 주시더라. 일반 봉투에스카치 테이프가 붙여 있는 것으로 보아 단지 호의에 대한 감사 내용인 것 같다." 이 사실은 99년 당시 국정원장이 "야당 후보가 언론사 고위 인사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밝히면서 물의를 일으켰던 내용이다. 이 후보와 언론사 고위 인사사이는 해당 언론사 모 국장급 인사가 연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야당 후보에대해서도 어떻게 될지 몰라 괄시를 못하고 더블플레이를 한 것이다.

▲'깊숙이 개입' 해당 언론사 간부들이 대선 자금을 건네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사 고위인사는 여야 대선 후보들을 번갈아 만나며 선거전략까지 조언했다고말했다.

한 대선 후보에게 노조와 호남한테 아부해봐야 안되니 확실하게 보수편에 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언론사 간부 출신 의원이 후보 특보직을 사임하겠다고 하자중재에 나섰다.

당 대표를 만나 해당 의원의 대우를 격상시켜달라고 부탁했고 승낙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의원은 특보직 사퇴 의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낙선운동' 언론사 고위인사는 다른 언론사가 당시 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강도높은 취재에 들어갔다며 언론계의 내밀한 정보까지 해당 기업에 제공했다.

대선 승부가 박빙으로 치닫던 97년 10월 두 사람이 만나 화제는 야당 후보로 넘어간다.

언론사 고위인사는 다른 언론사에서 야당 후보의 약점인 건강문제를 강도높게취재하고 있으며, 곧 기사화할 것이라는 정보를 내놓는다. 이 언론사의 최고위층은 ' 누가 되던간에 야당 후보가 되는 것은 절대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를 위해 '야당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인 건강문제를 치고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 대화에 언급된 다른 언론사가 97년 11월 발행한 잡지는 야당 후보의 처방내역을 분석해 그가 당뇨와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그의 건강문제는 여당의원들의 대정부 질문 거리로 등장하며 정국의 쟁점이 됐다.

▲'검찰 추석 떡값' 두 사람이 논의한 로비 대상에 검찰도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최고위급 검찰 간부들에게 거액의 떡값이 뿌려졌다는 내용이다.

97년 9월초 언론사 고위인사와 대기업 고위임원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대책을 논의한다.

검찰 간부들에게 얼마의 떡값을 돌릴 것이냐가 관심사다. 떡값을 주자고 거론된전·현직 검찰 간부는 모두 10명이고 이 가운데 5명은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간부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대기업측이 맡고, 나머지는 언론사 고위 인사가 맡아 50 0만원에서 2천만원까지 전달하기로 정리됐다.

실명이 거론된 검찰 간부들은 취재를 거부하거나,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떡값 수수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추석때 준 떡값 액수와 연말에 줄 떡값에 관한언급도 있다.

▲'언론사주가 배달' 지난 97년 대선 당시 언론사 고위인사의 비밀 임무는 엉뚱한 곳에서 처음 폭로됐다.

99년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사석에서 "야당후보가 언론사 고위 간부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말을 불쑥 꺼냈다. 파문이 커지자 그 인사는 해당 기업측의 부탁을 받고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이 한때 시끄러웠지만 말 실수를 한 국정원장이 사임하는 것으로 흐지부지 됐다.

MBC가 입수한 안기부의 내부 보고 문건을 통해 그 인사의 모습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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