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불쾌지수

입력 2005-07-22 11:47:46

장마철이나 장마가 끝났을 때 '불쾌지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땀의 증발이 정체되면서 신체상에 일으키는 불쾌 정도가 치솟기 때문이다. 1957년 미국에서 고안된 불쾌지수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보통 오후 3시의 온도계 기온과 온도계에 젖은 거즈를 붙여 측정한 습구온도를 기준으로 산출하게 된다. 일기예보에 포함되는 이 지수는 발표되면 불쾌감이 더 커지기도 해 '온습도지수'로 부르기도 한다.

◇ 불쾌지수가 높을 때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내기 쉽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이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해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자제력을 잃고 홧김에 일을 저지르는 사고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더구나 올 여름엔 우리 주변 상황들이 유쾌하기보다 짜증나게 하는 일들이 많고, 열 받게 하는 일이 적지 않으므로 '심한 말' '막가는 말' 등은 삼가는 게 좋을 듯하다.

◇ 요즘 낮 최고 35℃ 안팎의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불쾌지수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어제 전국 대부분이 불쾌지수 80을 웃도는 가운데 의성'광주'이천은 86으로 최고를 기록했으며, 안동'합천'진주'순천이 85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예년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였다.

◇ 장마가 끝나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게 마련이다. 올해는 장마가 빨리 끝나는 바람에 고온현상이 빨리 시작됐다. 한밤중 역시 예년보다 빠른 열대야가 극성이다. 불쾌지수가 86을 넘으면 짜증'무기력감'어지럼증'두통'건망증'불면증 등이 나타난다. 83 이상은 전원 불쾌, 80 이상 땐 절반 불쾌, 75 이상은 10명 중 1명 불쾌를 뜻하며, 68 이하라야 쾌적한 상태다.

◇ 성서는 '너는 다투거든 변론만 하고 남의 은밀한 일을 누설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공자(孔子)도 '말 잘하고 얼굴을 꾸미는 자는 인(仁)한 자가 드물다'고 했다. 이 교훈에는 말을 너무 부풀리거나 꾸미지 말고, 변덕스러운 얼굴을 삼가는 게 좋다는 뜻이 들어 있다. 무더위에 신경이 곤두서 있기는 모두가 마찬가지다. 지금은 상대가 마음이 상하거나 화나지 않게 서로 각별히 자제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태수 논설주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