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宗員, 권리에 책임 따라야

입력 2005-07-22 11:49:40

자고 나니 세상이 또 바뀌었다. 용인 이씨 사맹공파, 청송 심씨 혜령공파의 출가 여성 8명이 "딸들에게도 종중(宗中) 회원 자격을 달라"며 종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여성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47년 간 유지돼 온 "종중 회원은 성년 남자에 한한다"는 판례를 깸으로써 지난 3월 호주제 위헌 결정에 이어 가부장제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 이제 20세 이상 성인 여성은 당당한 종원으로서 각종 종중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사회 양성 평등 실현에 또 하나 큰 획이 그어졌다.

소송 당사자들 중엔 오빠에게 의절당하거나, 어머니 상(喪) 때 친족들을 피해 골방에 숨어지내야 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5년 간이나 법적 투쟁을 벌여 마침내 '종중 남녀 평등'을 이뤄냈다는 데서 8명 여성들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번 새로운 판례는 관습적으로 굳어진 법적 규범도 언제든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질 수 있음을 재확인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성(姓)은 286개, 대소 종중은 수천 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판결에 거부감을 갖는 종중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관습법이란 어차피 시대에 따라 바뀌므로 변화의 흐름을 인정하고 서로 갈등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송의 발단이 종중 재산 분배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기존 종원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종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성실해야 한다. 재산 분배에만 눈독 들이고 종중 활동에는 무관심하다면 엄청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한 남성 종원들도 기꺼이 여성을 동등한 종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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