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력 길러야 대구섬유 산다"

입력 2005-07-22 10:10:57

히라이 도레이 前대표

자동차업계 사람들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 섬유인들은 벤치마킹 대상 1순위로 단연 일본 도레이사(社)를 꼽는다. 연간 14조 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쏘아올리며 매년 승승장구, 세계 최대 화섬업체로 뿌리내린 도레이이기 때문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초청으로 22일 오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강연한 히라이 카츠히코 도레이 전(前) 대표이사 사장(현재 직위는 고문격인 상담역·사진)은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당연한 얘기같지만 기술을 가진 기업만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 섬유 생산기술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다 개발력을 얹어야 생존할 수 있어요. 산학연 협력 등 어떤 방법을 쓰든 연구개발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섬유업체 CEO들이 명확한 키워드를 갖고 경영에 임하라고 주문하면서 우선 '환경 대응'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쉽게 썩는 친환경·생분해성 섬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재활용 소재도 염두에 둬야 하고요.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 비 석유원료도 개발해야 하죠. 대구 섬유업계가 어렵다고 난리지만 지금 중국 섬유업계도 힘듭니다. 유가상승으로 화섬 원료가격이 뛰니까요. 비 석유원료는 당연한 선택입니다."

히라이 상담역은 IT산업에서 "이런 소재가 필요해요"라는 말, 의료산업에서 "요거 만들려니까 이게 필요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섬유업계가 타 산업군의 신소재 수요를 예측,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중국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적극적 이용 대상이라는 것. 중국 사람들과 동업을 하든지, 직접 가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만들든지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

도레이의 강점으로 그는 유행에 따라가지 않는 경영을 꼽았다. 한 예로 수많은 기업들이 유행처럼 '분사(分社)'를 외치고 나왔을 때에도 도레이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고 했다.

"각 사업영역이 같은 회사 내에 모두 존재하면 각 사업부의 '요소기술'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정수기에 쓰이는 막을 만드는 사업부와 인공신장에 사용되는 막을 만드는 사업부, 2곳은 같은 요소기술을 밑바탕으로 응용기술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도레이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은 덕분에 요소기술을 축적해 다양한 퓨전(Fusion), 즉 융합과 응용이 가능했죠."

그는 세계 섬유업계가 어렵다지만 대구 섬유는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을 잊지 말라고 했다. 자기 회사가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냉철히 분석, 그곳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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