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도벨벳 대통령 표창 수상
지난 12일 오전, 남구미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구미 3공단으로 들어서자 금강화섬이 보였다. 문이 잠겨 있었다. 업계에서는 알아줬던 대형 회사.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섬유업계의 현주소를 보는 듯했다.
이날 기자의 목적지는 (주)영도벨벳. 역시 섬유업체로 금강화섬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1천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하는 등 주문량이 넘쳐 '고민'하는 업체. 섬유는 사양산업? 여성 CEO가 이끌고 있는 영도벨벳은 사양기업이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고 했다.
◆위기를 겪어야 성공 있다
'보들보들한 보풀' 감촉이 느껴지는 고급섬유인 벨벳을 생산하는 영도벨벳의 올 수출목표는 2천만 달러다. 상반기에 이미 올해 목표의 절반 이상을 이뤘으니 연간 목표치 달성도 무난하다.
경북도내 제조업체 가운데 연간 1천만 달러 이상 수출 업체가 64개 정도(한국무역협회 집계)임을 감안할 때 영도벨벳의 수출실적은 '대단하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때 쓰러지기 직전까지 갔었다. 꼭 10년 전인 1995년 리스를 통해 대규모 시설투자를 했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것.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140여억 원의 채무가 280여억 원까지 불어났다.
외환위기 직전 남미 일부 국가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일부 수출시장이 완전히 막힌데다 채무 부담까지 커지면서 주변에선 "회생 불가능"이라고 수군거렸다. 결국 2000년 워크아웃 신청을 했다.
위기 탈출의 한가운데에 유병선(65·여) 대표가 있었다. 남편을 도와 회사경영에 뛰어든 그는 대구에 있던 공장을 매각하고 경매를 통해 싼값에 구미 공장을 매입, 빚을 줄여나갔다. 아픔이 있었지만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마케팅 투자는 게을리하지 않았다. 직원들을 이끌고 해외 전시회마다 찾아다녔다. 그 결과, 2002년부터 수출이 급신장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해 여름, 4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한 우물을 파라
유 대표는 남편(故 이원화 회장)과 함께 1965년 현재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부근에서 기계 2대를 놓고 창업했다. 방한화로 쓰이는 털신용 털을 만들었다.
보들보들한 털을 만들어내다보니 자연스레 '보풀이 있는' 벨벳과 연결이 됐다. 솥에 불을 때 직접 염색을 하는 등 숱한 고생 끝에 부부는 벨벳 만들기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는 벨벳이 실크 윗 개념의 고급섬유로 인정받고 있어 1970년대부터 영도의 수출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전까지 연간 평균 400만 달러를 수출했다. 독자 브랜드(쓰리 이글)를 가진 벨벳 생산업체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며, 재직에서 가공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벨벳 업체로서는 세계 최대다.
벨벳이라는 한 우물을 파 온 만큼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급등으로 '오일 달러' 유입이 늘고 있는 중동시장에서는 결혼하는 신부가 필수품으로 준비할 정도로 인기품목이다. 때문에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중동의 중심지 두바이로 보내지고 있다.
이달 초 여성경제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유 대표는 "자동차 시트는 물론 벽지와 침장류 등으로 벨벳의 응용영역을 다양화, 새로운 이익발생을 기대하고 있다"며 "곁눈질하지 않고 벨벳이라는 단일 품목에 대해 기술집적을 해온 결과, 위기를 이겨내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이달 초 여성경제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주)영도벨벳 유병선 대표. 부도위기에 몰려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회사를 4년여 만에 완전 회생시켰다. 그는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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