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개통하면 활기 생겨날 것"
"아직은 썰렁해…."
21일 오후 반월당 메트로센터는 노인들의 피서지였다. 중앙분수대, 문화공간, 공연장 등에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거나 돗자리를 펼치고 누워 있었다. 분수대 주변에는 옷, 헌책, 그림 등을 파는 불법가판대가 판을 쳐 통행에 불편을 줬고 분위기마저 어수선했다.
메트로센터는 대구지하철 1,2호선의 환승역이자 최대 규모의 지하공간개발로 쇼핑중심가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곳이다. 그러나 개점한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비어있는 점포가 대부분이다.
지하철 2호선 지하상가 3곳은 다음달 중순까지 월세 없이 무료로 입점토록 했지만 입점률은 메트로센터(반월당역 일대), 두류1번가(두류역 일대)가 10%대, 메트로프라자(봉산동 육거리 일대)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설로 보면 나무랄 데 없었지만 아직은 활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상가였다. 메트로센터에 먼저 입점한 상인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달 초 지하 1층에 분식점을 연 한 주인(54)은 "월세가 없다고 해 일찍 입주했는데 요즘 매상으로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희망이 없다"고 불평했다.
메트로프라자에 맨 먼저 입점한 편의점 주인(60)은 하루 매상이 5, 6만 원에서 이달 들어 겨우 10만 원대로 올라섰다. 이 주인은 "다음달 15일까지는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이곳에 입점한 가게는 10곳도 되지 않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한 옷가게 주인(33·여)은 "여름상품을 많이 들여놨는데 팔리지 않아 재고 처리가 걱정"이라며 "일찍 입점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후회했다.
메트로센터 지하주차장 사용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차요금이 월 10만 원, 기본 30분 1천 원, 10분당 500원으로 인근 공영주차장에 비해 두 배정도 비싼 금액이고 입주 상인들에게도 혜택이 없다. 때문에 손님들은 주로 동아백화점, 삼성금융프라자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상대적으로 값싼 중앙도서관 쪽에 차를 두고 걸어오는 형편이다. 모두 680여 대가 주차 가능한 대형 지하주차장은 현재 100~200대 정도만 차 있고 나머지는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일부 입주자들은 "공익적인 차원에서 주차요금을 낮추고 입주 상인들은 주차요금을 대폭 할인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웃돈까지 붙여 상가를 매매하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 안양 등에서 온 지하상가 전문 부동산 업자들이 분양가를 올리고 일부 위치가 좋은 곳은 웃돈까지 얹어 투기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5월부터 음료 전문점을 시작한 한 주인(38)은 "웃돈을 1천만 원이나 줬다"며 "매매꾼들이 미리 목 좋은 곳 가게를 사뒀다 다시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데 결국 그 부담은 대구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오는 9월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일 평균 1호선 이용객 4만 명에 2호선이 개통되면 일일 10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하게 돼 상권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한 달 전쯤 옷가게를 연 김모(44·여)씨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입점이 시작되고 2호선이 개통되면 매상이 몇 배 껑충 뛸 것"이라며 "친철하고 물건좋다는 소문이 나면 손님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상인들은 갈수록 통행객들이 늘고 있다며 점포가 3분의 2 이상 입주하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메트로센터 관리사무소측도 현재를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구경기가 워낙 나쁘다 보니 투자하려는 사람이 적고 시설비, 인건비 부담 때문에 입점이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며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서서히 대구의 쇼핑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21일 오후 대구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 메트로센터 상가가 텅 비어 있다. 상인들은 9월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 상권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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