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다리절단-장애, 加UBC대 수석 입학
캐나다 밴쿠버 에릭햄버공립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오버 헌드레드'(전 과목 만점 이상)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수석 졸업한 주인공은 2000년 캐나다로 유학한 이협(17)군.
이군은 수석 졸업과 함께 밴쿠버 고등학교 교사들의 모임(ESL)이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학생을 대상으로 선정한 '최고의 학생'으로도 뽑혀 장학금을 받았다. 또 캐나다 명문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UBC) 사이언스과를 수석입학해 장학금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그의 수석졸업과 UBC대 수석입학은 '좌절을 딛고 희망을 쏘아올린' 한편의 감동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내과의사로 활동하던 어머니 양인애(45)씨는 이군이 생후 3개월 되던해 남편을 잃고 아들만을 의지하고 살아온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전남 광주 송원초등학교를 나와 안양 귀인중학교 1학년 때 캐나다로 떠난 모자(母子)는 캐나다 도착 3개월만에 절망스런 상황에 직면한다.
이군이 다리뼈에 생기는 암인 골육종 판정을 받은 것. 의사는 암세포가 다리에 퍼져있으니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캐나다 정부는 이들 모자에게 영주권을 내주지 않겠다고 버텼다.
4억 원이 넘는 수술비도 문제지만 점점 퍼져가는 암세포는 서서히 이군의 생명을 위협했다. 캐나다 개국 이래 내과의사가 '자영이민'을 한 경우는 처음일 정도로 모자는 가까스로 캐나다 정부가 베푸는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양씨는 20일 "협이는 심각한 구토와 빈혈 등 항암치료의 고통을 미련스럽게도 감내했고, 다리를 절단하는 절망 속에서도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허벅지까지 절단해 의족을 했지만 보행이 불편한 이군은 "어느날 갑자기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지만 바로 인정하고 공부에 몰두했다"며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을 받으면서 편견과 차별에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캐나다의 사회구조가 부럽다"고 강조했다.
이군의 학교 생활은 실제 몇년 안된다. 에릭 햄버공립중학교 1학년에 다니다 다리절단을 했고, 1년을 건너뛰어 3학년에 들어간 그는 하루 걸러 한번씩 병원을 드나들며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중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항암치료가 너무 고통스러워 따로 시간을 내 공부할 수도 없었다. 수업시간에 충실했다. 책은 한번만 봐도 다 외울 정도로 집중력이 있다. 그렇다고 IQ가 높은 것은 아니다." 수석졸업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가 미국 어느 대학을 지원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군은 아무런 고심없이 UBC대학을 택했다.
"유명한 미국 대학은 실속이 없다.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해 있지 학생을 잘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런 미국 대학의 풍토엔 미래가 없다. 또 난 캐나다에 빚을 졌다. 은혜를 갚을 의무가 있다." 현재 양로원과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를 하고 있는 이군은 "봉사할 때가 가장즐겁다"며 "반드시 의사가 돼 북한 동포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막연히 의사가 되고 북한동포를 돕겠다고 말만 하지 않는다. 그런 꿈을 세우면서부터 자료들을 차곡차곡 모아놓고 있다. 북한 관련 뉴스나 정보는 어지간한것은 다 갖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항암제를 투여할 때도 태연히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 의사들을 놀라게 했던 그는 후유증으로 빈혈과 자주 감기에 걸리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그런데도 그는 "내년엔 북한 지형과 비슷한 남한을 일주하고 싶다"며 "이름의 '협'은 'help'의 의미가 있다. 평생 사람을 돕고 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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