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과태료 물고 출생신고로 해결
"양자로 입적하는데 5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절차가 복잡하기 짝이 없네요."
지난 3월 전남 나주에 있는 한 입양시설에서 태현(가명·1)이를 데려온 김명희(44·여)씨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입양절차에 혀를 내둘렀다.
영아를 입양하는 대부분의 양부모들은 정식 입양절차를 밟는 대신 '출생신고'를 통해 해결한다. 출생 후 15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과태료를 물고 입양을 하는 편법이 수월하기 때문. 그러나 김씨는 '아이를 벌금내고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해당 관계법 절차를 그대로 밟았다. 하지만 입양절차가 시작된 뒤 김씨는 적잖이 후회했다.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구비서류를 준비하는데만 4개월이 걸렸고 해당 관서는 '이런 입양절차를 거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의아해했다.
특례법에 따르면 입양부모는 입양아동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기 위해 △입양신고서 △아동의 호적 △입양대상아동 확인서 △후견인 증명서 △양친가정조사서를 구비해야 한다. '출생신고'로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절차를 밟자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김씨는 태현이를 호적에 올리기 위해 이렇게 긴 시간을 허비한 것은 담당 관공서가 입양업무를 해당 시설에만 맡겨 정식 입양절차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씨에 따르면 우선 태현이의 부양의무자가 있는지 확인공고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 이후 나주시청은 태현이 호적을 보내오면서 93년생 동명이인의 호적등본을 보내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나주시청과 대구 모구청의 입양확인서 양식이 달랐고, 며칠 전에는 구청 민원실에서 '김태현'이라는 호적을 김씨의 남편인 은모(40)씨의 호적에 올리면 성(姓)이 바뀌게 돼 입적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입양확인서에서 성(姓)을 바꾸는 항목도 '기타항목'으로 돼 있다.
김씨는 "대부분 입양시설이 입양부모가 과태료를 물고 '출생신고'를 한 후 호적에 올리는 간단한 '편법 절차'를 권장한다"며 "게다가 동사무소, 구청, 법원 등 해당 관서의 담당직원도 정식 입양절차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구 모 구청 사회복지과 담당도 "입양은 입양시설에서 담당하는 일이라서 정식 입양절차는 잘 모르고 업무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입양시설은 대부분의 양부모가 '비밀입양'을 원하기 때문에 '출생신고'라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동입양 업무를 취급하는 ㅎ입양상담소 관계자는 "말 못할 사연으로 입양을 신청하는 대부분 부모는 아이의 입양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출생신고를 통한 입양은 분명 잘못됐지만 관계법이 복잡해 정부도 특례법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식으로 입양하면 '미아'의 경우 아이를 잃은 부모는 자녀를 찾을 길이 없어지고 갖가지 아동범죄에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정작 정부가 입양을 권장해놓고 이처럼 법 절차를 복잡하게 얽어놓는다면 어느 누가 선뜻 합법적인 입양을 결심하겠습니까?"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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