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환상, 석회석 동굴

입력 2005-07-14 19:20:14

태고의 신비와 전설이 살아 숨쉬는 석회석 동굴. 동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수억년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석주.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별세계에 온 느낌에 빠져든다. 여기에 어슴푸레한 조명까지 더해지면 간담마저 서늘해진다. 특히 자연이 만든 '천연 냉방'에서 종유석을 타고 내려오는 물방울 소리를 듣는 것은 여름 피서로도 손색이 없다.

◇ 노동동굴

입구부터 거친 바람을 만난다. 시원하다 못해 으슬으슬 춥다.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동굴 입구 온도는 6~8도.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추우면 걸어야 한다. 그러나 길이 1.3km의 노동동굴은 수직동굴이다. 굴의 절반 정도가 40~50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부주의하게 몸을 세우고 걸어가다 보면 머리가 부딪힌다. 최대한 등을 수그린 채 지나가야 한다. 영락없는 유격훈련이다. 따라서 돌아보려면 꽤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몸이 고된 만큼 동굴 안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동굴 내의 석순과 종유석도 규모가 큰 편이어서 용 두 마리가 승천하는 형태의 용두암을 비롯해 종 모양의 에밀레종. 그리고 황금바위가 있다. 비가 온 후면 거대한 폭포를 만들어내는 지하 백옥폭포도 있다.

'꿈의 지대'엔 온갖 형상들이 들어앉아 있다. 물개가족를 비롯해 촛대, 비둘기, 선녀가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 등이 있다. 철 계단 중간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곰과 사슴뼈 화석을 볼 수 있다. 옛날 동물이 굴에 들어와 추락사 하여 뼈가 석회암 용식수와 섞여 화석으로 변한 것이다.

이밖에 장군바위, 성모상, 바벨탑, 로마의 신전 등 다양한 형상을 한 볼거리가 있다. 바깥기온이 올라가면 동굴 안 기온은 더 내려간다.

◇ 천동동굴

천동리 끝자락에 위치한 천동동굴은 석회암 동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2차 생성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훼손이 덜 됐다.

동굴 천장을 가득 메운 돌고드름, 잔잔히 퍼져나온 돌주름, 가늘게 움터 나온 수많은 종유석들은 백년설을 입은 수많은 생명체를 보는 듯 하다. 아직도 덜 여문 듯한 석주와 쏟아질 듯이 박힌 아기자기한 종유석들은 장대하지는 않으나 매우 정교한 모습이다. 특히 생성이 느린 석순은 골과 골 사이가 더욱 섬세하다.

'꿈의 궁전'. 대리석처럼 웅장한 멋이 있는 궁전이다. 궁전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피사의 사탑, 머리에 물개모양의 돌을 얹은 '머리없는 비너스'도 보인다. 저 안쪽에는 마리아상이 자리잡고 있다.동굴 안 온도는 13~15도 정도. 관람객이 많으면 15도쯤 되었다가 다시 내려간다고 한다.

◇ 고수동굴

단양 8경과 함께 단양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동굴이다. 길이가 1.7km인 고수동굴은 석회석동굴 중에서도 빼어난 역동미를 자랑한다. 종유석과 석순의 모양이 거친 칼날처럼 굽이치고 스케일도 장대하다.

독수리가 하늘을 날다가 잠시 땅에 내려앉는 형상의 '독수리 바위'를 비롯해 나신의 미녀가 날렵하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미녀승무바위', 고대 로마의 웅장한 궁전을 연상케 하는 '창현궁', 농사철에만 물이 흐르는 조화를 부리는 층계모양의 논두렁 '선녀옥답' 등을 만날 수 있다.

종유관을 통해 지하수가 흘러내리는 '배학당'에 이르면 누런 이빨과 청명한 눈으로 오랜 세월동안 동굴을 지켜온 '사자바위'가 포효하고 있다. 높이 14.5m로 동양 최대의 석순인 '황금기둥'은 하늘로 올라 세상 끝과 맞닿을 것만 같다.

그 중에서도 '사랑바위'가 눈길을 끈다. 종유석과 석순이 닿을 듯 말듯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형상이다. 간격은 약 20cm. 1년에 0.1mm, 100년이라야 1cm정도 자라는 속도를 감안하면 이들의 사랑은 2천년을 족히 기다려야 이루어질 것 같다. 사랑바위를 지나면 출구다. 나가기에 앞서 한번 뒤를 돌아보니 온통 황금색이다.

◇ 온달동굴

온달동굴은 단양읍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진 성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이 동굴의 특징은 종유석과 석순이 잘 발달되어 있을 뿐 아니라 동굴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 특히 수평으로 나 있는 진입로를 따라 동굴 곳곳에서 맑은 물이 솟아 흐르고 있어 신비함을 더해준다.

총 길이 760m. 고수동굴보다는 길지 않지만 석회암이 만들어낸 갖가지 형상물들이 즐비하다. 거북, 용, 코끼리, 고니 등 동물 모양을 한 종유석과 해탈문, 무량탑, 만물상 등으로 이름 붙여진 석주,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조금씩 자라고 있는 아기자기한 석순들이 오래도록 눈길을 잡는다.

각 종유석과 석순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금도 종유석 뾰족한 부분에서 물방울이 석순 위로 떨어진다. 얼핏보면 물방울이 떨어져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 같지만 물방울 안에 있는 미세한 석회질은 종유석과 석순에 살짝 남아 세월과 함께 기기묘묘한 형상을 만들어 간다.

이 동굴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평강공주가 온달의 누이동생과 온달성을 쌓기 위해 돌을 파내다보니 생겼다는 이 동굴에는 온달과 평강공주가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오고 있다. 인근에는 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있는 온달산성, 경치가 빼어난 남천계곡, 소백산,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 등이 있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 장다리식당

'마늘솥밥정식'. 멥쌀과 흑미에 은행, 콩, 버섯 등을 넣고 지은 밥이다. 여느 솥밥과 다른 점은 마늘이 들어간다는 점. 여기에 돼지고기 수육, 두부구이, 고추튀김 등 10여 가지 밑반찬이 곁들여진다. 물론 마늘로 만든 반찬이 많다. 1만원. '특마늘솥밥정식'을 시키면 육회와 감자떡이 추가된다. 043)423-3960.

사진: '사랑바위' 닿을 듯 말 듯 종유석과 석순이 서로 애타게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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