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경기 '재미' 불어넣어라

입력 2005-07-09 10:57:08

태권도가 올림픽 무대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종목 퇴출 찬반 투표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유지 된 것이다. 투표 결과, 야구와 소프트볼이 올림픽 종목에서 탈락한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국기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내놓은 몇 안 되는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전 세계 179개국 6천만 명이 심신단련의 수단으로 즐기고 있다. 규모로 보자면 올림픽 종목 가운데 10위 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출의 위기감에 전전긍긍해야 했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유는 IOC 프로그램 위원회의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미디어 노출도가 약한 데다 △관중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고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미 없는 종목이라는 얘기다. 지루하고 판정도 애매해서 사람들이 외면하니 TV도 중계를 안 한다, 그래서 중계권료 수입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종목이라는 것이다.

사실 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재미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양 선수가 펄쩍펄쩍 뛰기만 하다 끝나거나, 어쩌다 한쪽이 투지를 발휘해서 선제공격을 했다가는 약게 기다리던 쪽에게 뒤통수를 맞아 손해 보기 일쑤였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의 모습도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태권도의 찌를 듯한 기상과 멋진 품새에 경탄하던 세계인들이 정작 경기를 보고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정도로 공격적이며 절도 있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또 공격 포인트를 명확히해서 판정의 부실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뒤늦게 IOC에 경기 개혁방안을 제출하고 일부 시행에 들어갔지만 같은 동양권 격투기이면서 관중의 높은 호응을 받는 유도를 능가할 정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태권도가 퇴출을 면했으나 영구 생존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2016년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선 4년 뒤 다시 IOC 위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태권도 관계인은 물론 체육계·정부 당국자들은 중지를 모아 태권도 경기의 일신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로비로 살아남는 식의 수모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