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기록 문화의 꽃 의궤/김문식·신병주지음/돌베개 펴냄
의궤란 의식과 규범을 합한 말.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란 뜻이다. 조선시대에 거행된 국왕의 혼인을 비롯해 세자 책봉, 왕실의 장례, 궁궐의 건축 등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를 세세하게 기록한 보고서 형식의 문서다.
조선시대 국왕은 매우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죽을 때까지 계속하는 종신직. 국가의 운명은 국왕의 자질과 능력에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었고 사대부들은 국왕의 권한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록문화였다. 조선시대 국왕은 자신이 살아 있을 때는 물론이고 사후에 정리될 기록까지 의식하면서 살아야 했다. '조선왕조실록'이 왕의 언행에 대한 기록이라면 의궤는 국왕이 수행하는 국정 가운데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국가 행사에 대한 기록이었다. 국왕이 내린 명령서를 비롯해 업무 분장상황, 행사에 동원된 인원, 소요 물품, 경비의 지출 내역, 유공자 포상 상황 등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또한 행사의 전 과정을 보여 주는 반차도나 각종 건물 또는 물품의 모습을 그린 도설(그림 설명)도 곁들였다. 결과적으로 의궤는 국가의 재정이 낭비되거나 딴 곳으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의궤의 기록은 역사 연구자들에게 다양하고 상세한 자료를 제공한다. 의궤의 철저한 기록과 그림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조선시대의 특정 행사를 재현할 수도 있고 당시 축조된 건물을 원형대로 복원할 수도 있다. 수원 화성의 복원도 이같은 기록 때문에 가능했다. 복식을 연구하는 사람은 반차도에 나타난 인물의 복식을 꼼꼼하게 살피고 궁중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은 잔칫상에 오르는 음식의 종류와 재료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전통음악연구자는 행사에 연주된 악장과 악기의 편성, 악기 그림을 관찰하고, 건축사를 연구하는 사람은 건물의 구조도와 재료 목록에 관심을 기울인다.
행사에 필요한 각종 공문서의 기록을 통해 조선 관청의 소속과 소관업무를 파악할 수 있고 행사에 동원된 인원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물품을 통해 당시의 물가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이같은 귀중한 기록문화의 꽃인 의궤를 학문적인 관점에서 종합 정리하고 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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