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숨죽인 체육공원 깨워라

입력 2005-07-07 08:59:07

대구시가 세계적인 스포츠 도시를 꿈꾸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나선 상태다.

시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는 2003년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국제적인 이미지를 높인 경험을 살려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의 하나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해 명실상부 국제적인 스포츠 도시로 거듭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정작 중요한 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외면하고 있다. 대구시는 6만6천여 명을 수용하는 대구월드컵경기장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주경기장으로 사용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스포츠시설이 전무, 세계에 스포츠 도시의 이미지를 알리기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주경기장 이름부터 축구장으로 알려져 있어 육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따라서 대구시는 지난 1995년 계획했다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수성구 대흥동(전 내환동) 내 대구체육공원 조성을 재추진, 국제 무대에 내세울 만한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예산 타령으로 세월만 보낼 것이 아니라 유니버시아드대회 잉여금과 대구시체육회 체육기금 등의 재원으로 수익 사업을 해 지역 스포츠계의 숙원인 전용야구장과 전용축구장, 체육관, 시 체육회관 등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대구체육공원 조성 계획

대구시는 1995년 수성구 대흥동 일대 50만 평에 대구체육공원 조성 계획안을 마련했다. 당초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마련된 이 계획안에 따르면 체육공원 내에 대구월드컵경기장(월드컵 이전까지는 대구종합경기장으로 부름)과 보조경기장, 야구장, 체육관, 테니스장, 수영장 등이 포함된 스포츠 콤플렉스를 건설하기로 하고 총 건설비로 6천62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시는 우선 월드컵에 맞춰 15만여 평에 걸쳐 대구월드컵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을 2천900여억 원을 들여 2001년 5월 완공했다. 나머지 야구장(1천500억 원)과 체육관(1천500억 원), 수영장(490억 원), 테니스장(250억 원) 등 4개 시설은 2003~2005년 조성하기로 했으나 재정 문제로 현재 부지 매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대구월드컵경기장 운영에 매년 3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한 시는 지난 2000년 월드컵 대회 이후 월드컵경기장을 문화·스포츠·레저단지로 개발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수익을 자신하지 못해 민간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유야무야됐다. 수성구청은 지난해 시의 협조를 얻어 체육공원 부지 내에 '제2 태릉선수촌' 유치를 선언, 체육공원 개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가 충북 진천으로 부지를 확정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스포츠 콤플렉스 건설해야

대구시는 2009년까지 대구체육공원 내에 야구장 등 4개 시설을 모두 건설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다시 세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포츠 콤플렉스 건설은 어려워 보인다. 최근 지역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1천5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용야구장 건설 요구에 대해 시가 '재정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지역 체육인들은 시가 무조건 안 된다고 발을 뺄 것이 아니라 장·단기적인 스포츠 콤플렉스 건설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골프장 건설 등 수익 사업도 주문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체육공원의 부지를 매입,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레저 스포츠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작정 사유 재산을 묶어 놓아 비난을 살 것이 아니라 부지를 매입해 당초 의도대로 체육공원을 조성하면 된다. 골프연습장이 포함된 대중골프장을 건설, 운영하면 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시민프로축구단 대구FC와 대구시체육회의 운영 자금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대기업이나 해외 자본과 연계한 전용야구장과 전용축구장 건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프로야구단 연고 기업인 삼성 그룹과 협의, 시가 야구장 건설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프로축구단을 삼성에 맡기는 것도 한 방안이다. 대구월드컵경기장의 이름을 팔거나 새로 지을 경기장의 이름을 미리 파는 것도 모색해 볼 만하다

또 스포츠 관련 시설물을 대구체육공원 내로 이전해야 한다. 대구사격장(북구 금호동)과 대구체고(북구 동호동)가 체육공원과 동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것은 근시안적인 일로 부지 선정 배경에 의문을 갖게 한다. 신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대구시체육회(북구 고성동)도 체육공원 내로 옮겨야 한다. 현재 산하 단체가 입주할 사무실이 부족하고 주차공간도 협소한 대구시체육회 건물을 제주나 경기, 충북 등 다른 시·도처럼 큰 규모로 건설해 선수단 숙소와 볼링장, 수영장 등을 만들어 수익사업까지 가능케 하자는 것.

▲재원 마련

가장 난항을 겪는 부분이다. 시는 체육공원 건설을 중기투자 계획으로 분류하고 예산 타령에 젖어 있지만 체육인들은 공무원들의 무사 안일주의가 겹친 의지 부족이라고 꼬집고 있다.

시에 스포츠 관련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6년 후반기에 시로 이관될 예정인 유니버시아드대회 잉여금(800여억 원)은 지역 체육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시가 조성해 놓은 체육기금도 200억 원이 넘는다. 유니버시아드를 주최하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은 대회 정관에 잉여금은 대학스포츠 발전과 관련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FISU가 잉여금의 사용을 문제삼을 일은 없다.

골프장을 건설하거나 다목적 체육회관을 건립하는 것도 괜찮은 수익 사업이 될 전망이다. 시가 체육공원을 개발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면 대기업 등 민간사업자들도 나설 것이고 해외자본 유치도 가능할 것이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사진: 대구월드컵경기장이 포함된 수성구 대흥동 일대 대구체육공원에 계획된 스포츠 콤플렉스 건설이 본격 추진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월드컵경기장 일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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