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비어가든 청소년도 잔 들고 "캬~"
일요일, 그저 숙소에 있기가 답답해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곰곰이 생각한 끝에 뭔가 낭만적일 것 같은 영국 정원으로 향했다. 영국 정원에 자리한 중국 탑에 가니 가까이에 비어가든이 있었다. 수많은 테이블과 무수한 사람들이 들고 있는 맥주잔, 그리고 음식들. 여름에만 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오후 1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이 맥주를 들고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이곳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바이스 맥주 한잔(Self-service)을 들고 자리 하나를 떡하니 차지했다.
헉! 그런데 애들도 맥주를 마신다. 중학생들은 물론 꼬마까지 250㏄ 맥주를 마셨다. 그것도 부모님이랑. 이곳에는 "맥주가 술이 아니고 음료수냐"라고 물어보고 싶은데 고난이도의 회화는 되지 않으니 또 궁금증을 남겨두었다. 다음에 오면 기필코 물어봐야지.
다음날, 고대하던 ICE를 타는 날이다. 다른 기차랑 무슨 차이가 있는데 그렇게 고대하냐고? 당연히 있다. 유럽에서 타본 기차 중에서는 최고다. 개인용 TV와 호텔에나 있을 법한 화장실과 세면장, 그리고 깨끗한 객차 안. 하여튼 무지 좋다. 강추.
뮌헨에서 2시간20분 거리에 있는 밤베르크(Bamberg)로 향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도시로 라우흐(Rauch)란 맥주가 있다. 너도밤나무를 훈제하여 맛을 낸다는데 어떤 맛인지 너무도 궁금하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성 미카엘 성당. 이곳에 맥주 박물관이 있다. 성당에 맥주박물관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볼 것이 별로 없다. 벌써 세 번째 맥주박물관이다 보니 볼 게 없을 만도 하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못 본 것이 있었다. 바로 맥주잔. 지금은 유리잔에 맥주를 마시지만 예전에는 도자기 잔이었다. 예전부터 뿔이나 나무로 만든 잔으로 마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무척 새롭다.
두 번째 목적지는 인근의 유명 맥주집. 밤베르크에서도 유명한 이곳은 직접 제조하는 라우흐비어가 일품이다. 바에 가서 어설픈 독어로 말하니 못 알아듣는다. 명칭을 보여주니 "Ah, Smoke beer"라며 맥주를 따른다. 색이 흑맥주랑 비슷하다. 잔을 들고 자리에 앉아 맛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향부터 훈제 향이 나고 독하게 생긴 빛깔과는 달리 훈제 향이 입안 가득히 퍼져 미각을 자극하면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마시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훈제 향이 입안에 감돈다. 아무리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라도 맛있다고 느낄 정도의 맥주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곳 맥주는 싸지만 요리가 비싸 맥주만 홀짝홀짝 마셨다.
숙소에 돌아와서 그렇게 마시고 싶던 둔켈스(Dunkels)를 딱 한 병 시켰다. 뮌헨의 대표 맥주인 둔켈스. 쉽게 흑맥주라고 보면 된다. 첫 맛은 진하면서 끝 맛은 커피향이 난다. 우리나라에도 하우스 비어에서 맛볼 수 있는데 대구에서 자주 들렀던 브로이 맥주와 비슷하다.
그냥 바에 앉아보고 싶어 자리를 다시 바로 옮겼다. 둔켈스를 다 먹고 한 잔 더.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 맥주만 2ℓ째다. 바의 기둥에는 세계 각국의 지폐와 동전이 붙어 있다. 우리나라 이황 선생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계신다. 그 많은 돈들을 보니 뜯어가고 싶은 충동이 갑자기 든다.
건너편에 자리한 우리나라 사람을 계속 쳐다봤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일본 사람같이 생겼는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내가 진짜 그렇게 생겼나. 용기를 내 말을 걸어보니 내가 한국말을 하는 게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진짜로 일본 사람같이 생겼나 봐. 윽윽~.
한국 사람을 만나서 소주랑 김을 가져와 먹었다. 주위에선 김을 먹는 게 신기한지 연방 곁눈질이다. 소주 한 모금에 김 반 장. 없어 보이지만 여기서는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며칠 전에 만났던 한국 누나들이 주고 간 음식도 오늘로 끝이다. 소주도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데 두 병이나 가지고 와서 은근히 무겁다. 뮌헨에서의 밤도 이것으로 끝이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김상규(대구대 특수교육학과 3학년)
사진: 1. 한낮의 비어가든. 맥주잔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2. 각 맥주의 상표가 붙어있는 도자기로 만든 맥주잔. 3. 필자가 묵은 숙소에 있는 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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