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어린이집이 장애아 보조금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면서 별도 회비를 부모에게 받은 사실(본지 7월 4일자 4면)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지만 정작 장애아 부모들은 "아이를 받아준 데 감사해야 할 지경"이라며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을 나무라고 있다. 5일 (사)한국장애인부모회(지회장 김경락)를 찾아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보육원에 가욋돈 주고 돌봐달래야 할 판
"법적으로는 잘못했지만 심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는 사건입니다. 장애아를 돌봐주는데 정상아들과 같은 수준으로 계속 지원한다면 이 같은 일은 반복될 뿐입니다."
정신지체1급 아들(12)을 키우고 있는 나호열(44)씨는 정부의 무상보육료가 너무 부족하다고 목청을 돋웠다. 보육시설에서 '취약보육(영아·장애아)의 우선 실시'라는 의무규정 때문에 장애아를 받아주고 있지만 장애아에게는 지원금에 비해 보육사가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
현재 영유아보육법에는 보육시설에 있는 장애아 3명당 보육교사는 1명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는 현재 만 12세 미만의 장애아 무상보육료로 하루 종일 맡길 경우 1인당 월 29만9천 원씩, 오전·오후반으로 나눌 경우 그 50%를 지원하고 있다. 오후반 장애아 3명에 대한 정부의 보육료는 월 44만8천500원, 종일반은 89만7천 원이 된다. 대구지역 어린이집 교사 임금은 100만 원(4대 보험 포함)을 조금 웃돈다.
"우리 애 좀 잘 봐달라고 오히려 웃돈을 더 얹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린이집이 없어지면 장애아는 그나마 갈 곳도 없어집니다." 장애아를 둔 부모는 '무조건 죄인'이다. 한시도 그 곁을 떠나지 못한다. 맞벌이는 꿈도 못 꾼다. 각종 재활치료로 돈은 일반 교육비보다 몇 배로 들어가지만 수입이 모자라 늘 쪼들려 살아야 한다.
□중증 장애인은 '나 몰라라'
철민(가명·25·남구 이천동·중증복합장애1급)씨는 종일 자기 방에서 블록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특수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도 창업도 불가능할 정도로 중증이기 때문.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손가락 하나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철민씨를 받아줄 곳은 사회 어디에도 없다.
어머니 최현숙(53)씨는 "그나마 사업체에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장애인들은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증재가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거니와 장애수당이 많다고도 볼 수 없는데 이것이 복지사각지대가 아니고 뭡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룹홈, 보호작업장, 주간보호센터 등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장애인만 해당이다. 게다가 장애인이 취업할 경우 그나마 받던 지원금도 깎여 노동력 있는 장애인도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장애정책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자녀가 중증성인장애인이 되면 서류상 생이별(친권포기)을 해서라도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면 정부지원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지요. 차마 부모라서 그렇게까진 할 수 없지만요…."
(사)한국장애인부모회 대구지회 신동욱(53) 부회장은 "일반기업체가 장애인 고용비율대로만 취업시키는 것도 학교를 졸업한 장애인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족쇄며 적자에 허덕이는 보육시설이 무리수를 두는 것도 정부의 허술한 정책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보육사업자는 '복지'를 가지고 영업을 해선 안되며 정부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장애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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