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에 관한 논의가 점입가경이다. 검찰과 경찰은 이제는 건전한 토론의 정도를 넘어서 상호 감정섞인 비방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국민들까지도 두 기관의 과열된 공방을 우려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가 됐다. 급기야 5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검·경의 공개적 논쟁을 중단시키라고 천정배 법무와 오영교 행자장관에게 지시하기까지 했다.
본 의원은 검·경간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해 아직까지 입장 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판사 및 변호사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한 바는 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 문제는 국민의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데다, 제도라는 것이 실제 현실에서는 생각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점을 고려할 때, 어느 한편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다. 두 기관의 주장과 반박을 충분히 듣고, 제도 변경이 가져올 변화와 효과에 대해 확실한 검토가 이루어져 조그마한 시행착오라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경에 대해 각각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먼저 서로 상대 기관에 대한 문제점은 신랄하게 지적하고, 주장의 당위성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되, 감정 섞인 비난을 앞세운 기세싸움은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상호비난 내용을 종합하면 두 수사기관은 인권이나 탄압하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반면, 전문성은 전혀 없는 조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공허한 말싸움에 빠질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려 불신만 키울 따름이다.
다음으로 현 상태에서 수사권을 나누어 줘야 한다거나 조금이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 채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비생산적일 수 있다. 논의를 좀 더 생산적이고 유익하게 하려면 검·경은 이 기회에 상대방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겸허히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나눠 줄 수 없다고 하는 이유들에 대해 경찰은 제도를 바꿀 것이 있으면 바꾸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경찰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그런 조치를 취한 다음이라야만 경찰의 주장은 한층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경찰권 비대화 우려, 수사 전문성 제고, 수사경찰의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 문제 등이다.
검찰 또한 경찰이 검찰을 상대로 수사권 조정을 요구하게 된 현실이나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예컨대 기소독점권 내지는 공소권의 남용, 지나친 검찰 우월주의 또는 조직 과보호에 대한 지적 등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최종적으로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여부로 결정할 일이다. 따라서 검·경은 국회의원들에게 각자 주장의 정당성을 논리적이고 실증적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행정부 내에서 충분한 논의와 조정을 거쳐서 두 기관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부안을 먼저 마련해 오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수사권 조정이 검찰과 경찰 간의 권한 싸움에 초점이 맞추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 서로를 견제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과 국민의 인권 보장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 구현에 가장 적합한 제도인가에 대한 탐구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검·경 두 기관이 상호비방하면서 국민이나 국회를 향해 자신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강변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그렇지 않아도 무더운 여름에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주호영 국회의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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