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달팽이 뿔

입력 2005-07-06 08:59:58

인류 사상 최초로 인공물체를 혜성 표면에 충돌시킨 '딥 임팩트' 성공에 전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지구로부터 1억3천400만 km 떨어진 템펠1 혜성에 372kg 짜리 충돌체가 정확하게 꽂히는 순간 거대한 빛의 폭포가 뿜어져 나왔다.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다. 머지 않아 태양계 생성의 비밀도 풀 수 있을 테고, 어쩌면 한 백 년 후면 지금 해외여행 가듯 우주여행을 떠날 수도 있지 않을까.

온 세상을 들썩이게 한 이 초대형 사건도 그러나 이제 겨우 우주를 아주 살짝 건드린 것밖에 안된다고 한다. 비행기에 모기 한 마리 부딪힌 정도라 하니···.

여름은 별이 가까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한참 바라보노라면 어느덧 그 별빛에 빨려들어 밤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푸른 얼굴의 신랑신부, 염소 같은 것들이 하늘에 둥실둥실 떠있는 샤갈의 그림처럼.

밤도 낮도 없는 우주! 어떤 과학자들은 우주의 색깔을 칠흑 같다 했고, 존스 홉킨스대의 이반 볼드리 박사 같은 이들은 우윳빛이 감도는 갈색 즉 "카페라테색"이라고 했다. 또 어떤 과학자는 빛이 다른 행성에 부딪혀 나올 때의 색깔을 기준으로 20만 개 정도 은하의 빛을 모은다면 연초록빛을 띨 것으로 보았다.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우리의 별 지구는 작고도 작다. 그렇지만, 생명이 있는 아름다운 별이다.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내렸던 우주인 에드가 미첼은 말했다. "···지구는 무한한 우주 속에서 하나의 반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반점이었다."(다치바나 다카시 저서 '우주로부터의 귀환' 중). 역시 아폴로 10호·17호의 우주인이었던 유진 서넌도 "지구는 우주의 오아시스"라고 경탄했다.

우주의 작은 반점 지구, 그 위에 발 딛고 사는 우리. 대단한 인연이다. 아옹다옹 명리(名利)를 다투는 게 우스울 정도다. 그럼에도, 지구상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서로에게 으르렁거린다. 소세계(小世界)에서의 분쟁을 점잖게 질타한 백거이(白居易)의 시 한 구절이 이럴 때 기막히게 딱 들어맞는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을 다투는고(蝸牛角爭何事)'(술을 대하며 '對酒' 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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