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 광대, 예술가의 자질

입력 2005-07-05 11:10:46

훌륭한 교사의 3요소

고교 평준화가 도입되기 전에는 최고 명문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3년 정도만 버틸 수 있다면 누구나 일류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아니 될 수밖에 없었다. 최고 수준의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교사는 밤잠을 설쳐 가며 교재 연구를 해야 했다. 고3 교과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유명 참고서를 다 풀어보아야 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언제 어떤 책으로 질문 공세를 받을지 몰랐다. 밤새워 교재를 연구한 만큼 보람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 마주치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교사를 긴장하게 했지만 동시에 가르치는 일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게 했던 것이다.

70년대에 평준화가 도입되면서 학교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선발집단에 비해 학생들의 학습의욕은 떨어졌다. 우수한 학생들에 익숙해 있던 교사들은 가르치는 기쁨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되었다. 한 교실에 수학 100점과 10점의 학생이 같이 공부하다 보니 교사는 가르치는 수준을 낮추어야 했다. 상위권 학생들은 수준 높은 수업을 받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중·하위권도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를 해주는 학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고교 평준화는 어느 쪽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사교육의 팽창을 가져왔다. 평준화가 도입되면서 교과지도 능력이 탁월한 일부 현직 교사들은 경제적 이유와 우수 학생과 함께하는 긴장감과 성취감을 위해 학원으로 나갔다.

지금은 어떤가. 교사 자격증을 가진 최우수 졸업생들은 공립학교 교사가 된다. '임용고시'라는 용어만 봐도 교사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그 다음 우수한 졸업생은 대개 사립학교 교사가 된다. 취업을 못한 상당수의 졸업생들은 학원으로 간다. 이제는 현직 교사가 학원 강사보다 집단 자체로는 훨씬 우수하다. 그러나 졸업 후 3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준이 다소 낮은 졸업생들이 간 사교육에서는 스타 강사가 나온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학원 강사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끊임없이 소비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적절한 경쟁과 평가는 사람을 분발시켜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

공·사교육을 막론하고 바람직한 교사상은 무엇일까. 훌륭한 교사는 광부와 광대와 예술가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원광석을 캐내는 광부의 피땀 어린 노력과, 피교육자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광대의 기질과, 캐낸 원광석의 원래 특성을 잘 살려 독특한 작품으로 다듬을 수 있는 예술가의 감성과 영감을 같이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 학원가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광부와 피교육자를 지루하게 하지 않는 광대의 역할을 잘 하는 강사들이 성공했다. 그러나 지식전달 외적인 문제는 다소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지식 장사꾼이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반면에 학교에서는 개개 학생이 가진 장단점을 잘 관찰하고 분석하여 학생이 자기에게 맞는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해 주고 지도해 주는 예술가의 역할을 잘 하는 교사가 좋은 선생님으로 오래 기억되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어 학원 강사도 학생의 인격적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요구받고 있다. 교사도 학원 강사의 장점을 고려해주길 요구받는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가를 생각해 보면 수혜자들의 이 요구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공·사교육을 막론하고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이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부분이 부족한가를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무한 책임이 뒤따르며 언제나 두렵기 때문이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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