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김춘수 '물또래'

입력 2005-07-05 09:00:39

물또래야 물또래야

하늘로 가라,

하늘에는

주라기의 네 별똥이 흐르고 있다.

물또래야 물또래야

금송아지 등에 업혀

하늘로 가라.

김춘수(1922~2004) '물또래'

노동은 대가를 바라지만 유희는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런 뜻에서 시는 보상이 따르는 노동이 아니라 무상행위로서의 유희와 같습니다. 이 시에서 '물또래'는 적우과에 속하는 곤충의 일종입니다. 그러므로 '물또래야 하늘로 가라'라는 말은 '철수야 공부해라'라는 말과 다릅니다. 철수에게 공부는 취직이나 출세 같은 보상이 따르지만, 물또래에게 '별똥'은 보상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우리가 이 시를 읽으면 의미를 초월해서 무한, 자유, 해방 따위의 매우 아름답고 신선한 울림을 느낍니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바로 시가 주는 보상이 아닐는지요?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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