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200g으로 밥을 지어보니…

입력 2005-07-05 09:57:39

하루 200g의 곡물을 배급받는다면 충분한 영양섭취가 가능할까. 우선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와닿지 않는다.쌀 200g을 일회용 종이컵에 담으면 한 컵을 채우고 두 번째 컵의 바닥을 덮을 분량이다. 또 밥을 지으면 남쪽에서 흔히 사용하는 작은 밥공기 두 그릇이 나올 정도다.

대북 식량지원 창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구호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상당수 군(郡)이 하루 곡물 배급량을 250g에서 200g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까지 300g이던 하루 곡물 배급량을 지난 1월 250g으로 줄인 데 이어 이달 또 다시 50g 축소할 계획이라는 것.

이는 2001년 1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하루 영양 섭취량에 훨씬 못 미친다.국제기준에 따른 하루 권장 영양공급량은 2천~2천500㎉인데 북한은 목표 공급량을 1천600㎉로 잡고 있으며 이는 약 450g의 곡물과 맞먹는다.

그나마 하향 조정된 공공 배급량 200g(약 750㎉)은 이에 절반도 못 미치는 것으로 국제기준의 30% 정도다.5일 백희영 서울대 교수(식품영양학)는 "국내 성인 남녀의 하루 쌀소비량은 각각 250~300g, 200~250g이지만 이와 함께 다른 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경우 곡물과 부식이 충분하지 않다면 심각한 영양실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또 북한의 취약계층이 곡물에 채소를 많이 섞어 먹고 있지만 채소는 열량을 많이 포함하고 있지 않아 에너지 공급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탈북자들도 1980년대 공공 배급량이 600g에 달했다며 하루 200g으로는 충분한 영양섭취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에서는 예전부터 큰 그릇에 밥을 담고 부식 대신 곡물 위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곡물 배급량이 영양 공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북한이 최근 공공 배급량을 잇달아 줄이는 것은 외부의 식량지원이 막히고 가을걷이도 2개월 이상 남은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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