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게임 산업 넘어야 할 산

입력 2005-06-22 10:54:39

유망주 몰라보는 대구…미래산업 눈을 떠라

대구 게임산업은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넘어야 할 산도 많다.인구대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게임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구 기업이 끌어들일 수 있는 인재는 태부족이다. 또 대구 업체들은 서울, 수도권의 메이저 기업에 비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익성이 높은 '유통'엔 손도 못댄 채 '개발'에만 머물고 있다. 대구 게임, 과연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인재가 필요하다

경북대 컴퓨터공학과 백낙훈 교수는 최근 전공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한 제자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삼성, LG전자 같은 대기업도 불안하다며 안정적 직장만 찾아다니는 현 대학 풍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

대구에서 나 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수석 졸업한 백 교수는 지난 2002년 동국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무명의 지역 신생 게임 벤처에 입사해 대구를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회사가 궤도에 오른 뒤 최근 학교로 복귀한 그는 "강단에 서면서 전공을 불문하고 서울의 대기업, 공무원 취직에만 매달리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며 "게임은 인재만 있으면 조그만 소도시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미래사업이라는 점에서 젊은 인재들의 도전 정신이 아쉽다"고 했다.

대구 게임 인력의 잠재력은 전국 최강이다. 경북대, 포항공대 중심의 전자, 컴퓨터와 계명대 시각디자인, 그래픽 기반에 게임전공을 개설한 대구·경북 14개 대학에서 해마다 600~700명의 젊은 인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구 게임업체들은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하소연한다. 대구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대구의 게임 벤처 같은 '신천지' 보다는 서울의 대기업 등 성공이 보장된 자리에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씨엘게임즈 이병철(41) 사장은 해마다 인재를 찾아 지역 대학을 떠돌고 있다. 그가 원하는 인재는 '기술'에다 '딴따라' 소양을 갖춘 이. 직원 20명 중에는 전산, 컴퓨터 계열보다 심리학, 미술, 음악 전공이 더 많다.

하나의 게임은 프로그래밍에 기획, 그래픽,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래밍이 기술의 영역이라면 기획(문학), 그래픽(미술), 사운드(음악) 는 '문화'의 세계다. 게임업체의 역량은 이 네가지 영역을 어떻게 전문 팀워크 체제로 발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 대학마다 게임개발전공 신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도 이 같은 전문화 교육은 아직 요원하다. 모든 것을 가르치려다 단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격. 계명문화대학 김대영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대구의 게임 교육은 종합 엔터테이너를 기르는 데에만 치중해 왔다"며 "분야별 특화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게임에 투자하라

Gem4you 조상현(37) 사장은 금융기관 대출 때마다 속이 쓰리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서울과 달리 대구 금융권에서는 현물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돈 빌리기가 쉽잖기 때문. 금융기관들이 겨우 돈을 빌려줘도 게임 개발이나 회사 운영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라는 것.

류엔터테인먼트 류지수(30) 사장은 "대구에서는 4번 모두 벤처 인증에 실패했지만 서울에서는 단 한 번에 심사를 통과했다"며 "대구의 금융기관은 게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다.

대구는 게임 투자의 불모지다.

섬유, 기계, 철강 등 국내 7대 제조업체의 성장률은 연 7%대. 반면 게임은 해마다 30% 이상의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보수성이 강한 대구는 게임을 아이들 장난감쯤으로 여긴다. 투자자가 아예 없어 서울과 해외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게임 시장은 점점 대작화하는 추세. 서울 메이저 업체들의 게임 개발비는 보통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대구 게임개발업체는 수억조차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10억 원대 이상 투자 유치는 1, 2개 업체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임 유통 도시로 가자

대구 게임업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또 다른 지름길은 게임 유통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유통과 개발은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의 관계. 게임 제작은 개발 회사들의 몫이지만 게임 선택과 서비스는 유통 회사에 달려 있다. 서울에만 몰려 있는 유통 회사들은 대구 등 개발 회사의 게임들을 포털에 서비스하는 조건으로 전체 수익의 50~70% 를 챙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통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수도권 10여개 게임 회사들은 대부분 유통과 개발을 겸하며 '꿩먹고 알먹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구의 게임업체들은 자체 유통망이 없어 서울의 게임·유통업체에 모든 유통을 의존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포털 유통의 진입장벽은 적어도 1천억 원 이상이지만 대구 게임업계에는 아직까지도 연 100억 원대 매출 기업이 없다"며 "대구의 초히트게임과 스타 업체를 육성하는 것과 동시에 유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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