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사)대구, 게임폴리스로 거듭난다

입력 2005-06-20 10:54:09

대구의 젊은 두뇌가 게임산업에 몰려들고 있다. 대구의 미래산업으로 급부상한 '게임'은 전문인력의 지역 U턴, 대학 게임 동아리 및 학과의 인력풀 형성, 대규모 거리 게임 축제 등 기업, 대학을 중심으로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계명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김창호(29)씨는 한국 영상, 애니메이션 산업에 인맥 기반을 갖춘 동문들이 서울로 줄을 잇는 속에서도 2003년 대구의 게임업체인 (주)KOG STUDIOS에 입사했다. 경북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이동규(33)씨 역시 삼성, LG 전자 등 대기업의 손길을 뿌리치고 같은 회사를 택했다. 이들은 "대구 게임의 미래를 열기 위해 대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으로 등장한 '그랜드 체이스'는 바로 이들의 손에서 개발되고 발전해 왔다. 그랜드 체이스는 회원 수 350만 명에 동시접속자 1만~1만5천 명을 웃도는 대구의 대표 게임으로 수천 개가 넘는 국내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톱 10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게임 수출 상담만 동남아, 북미, 남미 등 30개국에 이르고, 지난달엔 국내 유명 출판업체와 게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출판계약을 맺은데다 캐릭터 인형 사업의 일본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또 지난 1~14일까지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한 '교육인적자원 혁신 박람회'에서 경북대가 선택한 학내 대표는 '레볼루션'이라는 게임개발 동아리였다. 1997년 대구에서 가장 먼저 생긴 레볼루션은 국내의 굵직한 아마추어 게임 개발 대회서 잇따라 입상했고, 지금까지 30여 개에 이르는 아케이드, 온라인 게임 등을 제작했다.

최근 이 동아리 회원들의 사회 진출에도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김대욱(21) 동아리 회장은 "최근 2년간 처음으로 4명의 동아리 회원들이 역내 게임 벤처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게임 개발 동아리는 줄잡아 50여 개. 게임을 개발하는 동아리가 이처럼 늘어난 데에는 게임개발 전공 신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게임개발 전공을 개설한 대구·경북 대학은 모두 14개로 서울 22개에 이어 전국 2위다. 인구 비례로는 전국 최고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박동성 과장은 "전국의 지자체마다 '게임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기업, 대학 등의 게임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대구가 가장 낫다"며 "전국 게임산업의 98%를 차지하는 서울, 수도권에서도 대구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턴 대구의 게임이 그들만의 울타리를 뛰쳐나와 시민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대구 디지털산업진흥원에 따르면 8월 26일부터 3일간 열리는 '2005 대구 e-스포츠 페스티벌'은 도심 전체를 게임의 열기로 달구어 놓는다.

전국 주요 게임 업체들은 반월당, 중앙로, 대구역을 잇는 지하철 게임 전시회를 개최하고, 국내외 게임 선수들은 프로, 아마, 대학, 가족리그로 나눠 동성로 일대 PC방과 지하철역 등지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게임 대회를 연다. 또 게임 음악회, 캐릭터 패션쇼, 퀴즈가 동성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진흥원의 신봉철 부장은 "유동인구 20만 명의 동성로 거리에 전국 40여 게임 업체, 선수단 5만 명, 관람객 8만 명이 합세할 예정"이라며 "경제효과만 3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탐사팀 이종규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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