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상복합 '난립'…부작용 속출

입력 2005-06-17 11:21:28

대구 부도심인 동대구로 일대에 난립하고 있는 고층 주상복합 빌딩, 오피스텔들은 높이제한을 받지 않고 용적률, 건폐율도 유리해 일조권·조망권 침해, 교통정체, 학교 부지난, 지가상승 등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주상복합, 부작용 속출

범어네거리 코오롱 주상복합 아파트(32층, 215가구) 입주민들은 지난 2월 아파트 바로 앞에 오피스텔 건축허가가 나자 건축주를 상대로 공사금지가처분 소송을 냈다. 새 오피스텔 두 동의 높이가 같은 20층인 데다 아파트와의 간격이 가까운 곳은 10m에 불과해 조망권에 심각한 피해가 있다는 탄원이다.

범어1동 우방궁전맨션(12층) 주민들은 인근에 들어설 계획인 20층, 220여가구 규모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로 인해 범어공원과 녹지가 가린다며 지난 4월부터 구청에 연이은 탄원을 넣고 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들어온 민원배심원제 안건 20건 중 19건이 조망권, 일조권, 소음·분진 등 건축민원이다.

◇교통난

범어동 범어네거리에 대구 최대 높이(52층)로 추진 중인 주상복합 아파트는 1천570가구 규모에 10개관을 갖춘 멀티플렉스 영화관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시 교통영향평가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발생교통량(오후 6~7시)은 2008년 1천200여 대에서 2012년 1천300여 대로 늘어나 동대구역 네거리 방면으로 3분50초, 범어네거리로 2분30초가 늦어진다. 고질적인 만촌네거리~수성교 구간 출근시간대 교통혼잡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두산동 대우 트럼프 월드(42층, 960가구)로 인해 2012년 기준 동대구역 네거리 방면은 3분30초, 범어네거리 방면은 2분30초가 지체된다. 이달 초 교평을 통과한 황금네거리 주상복합 건물도 들안길 서편으로 1분30초가량 차량 소통이 늦어지게 할 전망이다.

교통전문가들은 "교평이 사업부지 반경 5km의 교통영향을 따지지만 실제와 얼마나 일치할지 예측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부지난

근거리 배정원칙인 초등학교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전교생이 600명인 범어동 범어초교 경우 인근 1천570가구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는 시기에 맞춰 24개 교실을 증축해야 할 판이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학교 여건상 신축은 바람직하지만 증축은 건물 구조상 어렵다"고 했다. 동대구로에 위치한 많은 학교들이 교실증축에 따른 운동장 축소, 부대시설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왜 '수성구' '주상복합' 인가?

현재 동대구로 일대에서 사업승인과 교평을 통과해 추진 중인 20층 이상 고층건물은 모두 23곳. 수성구 전체 20층 이상 고층건물 49곳 중 절반 가깝게 몰려 있다. 이중 주상복합이 12곳, 오피스텔이 5곳이다.

'동대구로 몰림 현상'은 두산 오거리~MBC네거리 일대가 주상복합, 오피스텔 건립에 유리한 중심·일반상업 지역이기 때문이다.(위치도 2 참조) 근린상업지역(폭 25m이하)에 비해 넓은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주거지역에 비해 각종 규제(일조권·조망권·용적률·건폐율)가 약하거나 없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이 같은 주상복합의 왜곡은 우수한 학군·학원과 도시기반시설을 갖춘 수성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중심 상업지 개발과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해 규제를 낮췄지만 정작 소수 부유층의 주거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계획 기본틀 위태롭다

영남대 도시공학과 김타열 교수는 "용적률이 높은 고층 주상복합 빌딩이 들어설수록 주거환경은 열악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구시의 용적률·건폐율은 7대 광역시 중 부산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서울, 인천, 광주보다 높다. 고밀도 개발의 물꼬를 터놓은 셈이다.

대구시도 2020년 기준 주택보급률을 100%(2005년 현재 87%)로 전망하고 있는데, 40~50층 건물이 20년 이후 노후 됐을 경우 재건축이 쉽지 않아 공가(空家)로 남을 것이란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김 교수는 "제도적으로 주상복합 빌딩의 용적률을 낮추는 등 개발밀도를 제한하는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현재처럼 시장기능에만 맡기면 수성구 등 일부지역에만 개발이 편중돼 도시계획이 균형감각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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