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스름. 우포늪은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희뿌옇기만 한 시야. 물안개일까? 하지만 어슴프레한 새벽 풍경이 물안개 대신 어둠 때문이란 건 금세 드러난다. 아쉽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그 속으로 장대나뭇배를 밀고가는 어부의 모습. 한 폭의 수묵화를 기대하고 밤잠을 설쳐가며 달려온 길인데…. 하긴 물안개는 초봄이나 늦가을이 제철이다. 물안개를 볼 것이란 욕심만 앞세워 계절도 생각 않고 찾아왔는데 늪인들 쉬 그런 풍경을 보여줄 리 없다.
아쉬움은 개구리소리로 달랜다. 아침이 찾아든 6월의 우포늪. 물안개 대신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시끄럽지만 소음으로 들리지않는 게 신기할 따름. 우포의 아침은 그렇게 개구리들이 시작한다.
해뜨기 전의 우포는 산뜻한 초록세상이다. 수면마저 수생식물들이 만들어낸 초록카펫에 점령당했다. 생이가래, 마름, 자라풀, 개구리밥, 억새, 부들 등 친근한 이름들이 가득하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가시연꽃이 귀하다. 그래도 광활한 초록세상이 가슴을 물들이기엔 충분하다.
아침의 우포늪은 아득할 정도로 넓다. 네 늪으로 이뤄진 우포늪의 전체 면적은 70여만평. 워낙 넓다보니 우포늪을 방문할 땐 생태교육을 받고 전문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것이 좋다. 창녕환경연합의 우포생태학습원(www.woopoi.com 055-532-7856)에서는 1인당 2천 원이면 생태현장 가이드를 포함해 3시간 가량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단체위주로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사)푸른우포사람들(055-532-8989)에선 1인당 5천원에 생태가이드를 안내해준다.
◇ 박운석의 생생 여행정보
"겨우 이 정도야?" 신문에 소개된 여행기사와 큼지막한 사진만 보고 우포늪을 찾았다가 실망만 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전망대에 올라보지만 고향에서 늘 보던 저수지보다 조금 더 크다는 느낌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포늪은 철저한 준비를 하고 찾는 사람들에게만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선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창녕환경연합의 우포생태학습원 교육팀 송윤경씨는 가능하면 걸어다닐 것을 권합니다. 세진리 주차장 쪽이라면 전망대를 지나 최소한 둔터마을까지 만이라도 걸어갔다 와야합니다. 늪의 생명력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목마을 쪽이라면 장재마을-푸른우포사람들-주차장-소목마을-소목제방에 이르는 길이 걷기에 그만입니다. 이 길은 여름이면 반딧불이가 제일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내버들 군락지와 생각 외로 빠른 늪의 물길, 생이가래와 마름, 개구리밥 등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우포늪을 찾는 사람은 연중 30만명입니다. 그중 전문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비율은 10%입니다. 이 10%를 제외한 27만명은 우포를 찾았다가 대개 실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송윤경씨는 전문가이드의 안내를 받거나 생태교육프로그램에 꼭 참여해보고 우포늪을 둘러보라고 부탁합니다. '우포늪 가는 길'(강병국, 동학사)이란 책을 읽고, 가지고 가시면 자녀들의 생태학습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사진: 우포늪의 6월 아침. 이곳이 삶의 터전인 한 어부가 고기잡이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즈음은 수심이 얕아 물고기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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