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가정에서 해법찾기

입력 2005-06-06 11:00:52

서울시 교육청이 초등학교 시험을 서술형으로 보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서 논술과 심층면접 등 대학별 고사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초등논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초'중학생을 위한 논술 강좌나 독서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학원과 학습지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학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하지만 논술은 기계적으로 글쓰기 기법을 익히고 막연히 많은 양의 독서를 한다고 해서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학원이나 학습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논술의 가장 기본이 되는 표현력과 사고력, 논리력은 굳이 비싼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평소 생활환경을 바꿔줌으로써 충분히 키워줄 수 있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논술 실력 키우기 방법을 찾아봤다.

▲설득의 생활화

부모와 자녀의 의견이 대립할 경우, 부모들은 일단 '엄마'아빠'라는 위치를 내세워 아이를 윽박지르기부터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되풀이 되다 보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짧게 대답하는 습관에 길들어져 버린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부모에게 설득시킬 기회를 주자. 5분만 여유를 갖는다면 아이의 생각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아이의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 마음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일기장에 밑줄을 긋자

논술의 핵심은 생각하는 능력. 이를 키우는 데는 평소 자신의 생활 속에서 느낌과 생각을 풍부하게 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의 일기는 대부분 했던 일로만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밑줄 긋기 방법이 효과적이다. 한 일과 본 일, 들은 일에는 직선을 긋고, 느낌과 생각에는 물결 줄을 쳐 물결 줄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상을 주는 방법을 써 보자. 아이들은 상에 민감해 물결 줄이 차츰차츰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녀의 교과서를 함께 읽자

교과서는 최고의 독서 자료다. 특히 자녀 교육에 대해 쉽게 방향을 잡지 못하는 학부모에게는 자녀에게 필요한 어휘 수준, 표현 방법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 또 이를 바탕으로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기도 쉽다. 혼자 공부하라면 딱딱하고 지겨운 교과서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소리 내 읽는다면 한층 더 몰두할 수 있다. 읽고 난 뒤 모르는 낱말에 대해 부모와 함께 사전을 통해 의미를 찾아보고 활용 예문 등을 만들어본다면 문장력을 높이는데도 효과적이다.

▲글짓기 이전에 말짓기 먼저

글을 쓰기 위해 원고지나 공책을 펴면 쓸 말이 없다며 연필만 물어뜯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생각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글쓰기를 강요하기 때문. 일단 말로 먼저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준 뒤 글을 쓰게 한다면 아이가 느끼는 글쓰기의 어려움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부모와 묻고 대답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꼬리를 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그냥'이라고만 대답하던 아이도 질문이 계속되는 사이 자신만의 논리를 머릿속에 세울 수 있게 된다.

▲자녀보다 한발 앞서 독서하라

자녀가 읽을 만한 책을 골라 먼저 읽어보자. 책 읽는 부모를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책과 가까워진다. 부모가 책의 줄거리를 이미 꿰고 있으면 아이와 생각을 나누기도 수월하다. 책을 읽고 난 뒤 주요 부분을 표시해 두었다가 엄마나 아빠에게 "읽어주세요"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속에서 대화의 소재도 생겨난다.

▲성급하게 성과를 기대 말라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되면 모든 질문에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답에 자기의 생각을 끼워 맞추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성급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다그치게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정해놓은 틀에 끼워 맞춘 판박이식 답변을 쏟아내게 된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 책을 읽고, 부모와 대화하고, 스스로 답변을 찾아가는, 쉽지만 돌아가는 길을 통해 제대로 된 논술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도움말 : 심후섭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조영미 한우리 독서운동본부 대구본부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