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북두칠성이 된 일곱 아들

입력 2005-06-06 11:24:27

옛날 옛적 어느 곳에 아들 일곱 형제를 둔 집이 있었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덜컥 죽고, 어머니 혼자서 떡장사를 하며 애면글면 일곱 아들을 키우고 살았지.

어머니는 날마다 떡을 해 가지고 함지에 담아 이고 팔러 다녔어. 그런데, 개울 건너 이웃 마을에 짚신장수 할아버지가 살았거든. 이 할아버지도 젊어서 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데, 날마다 이 집 어머니한테서 떡을 사 먹었어. 그렇게 날마다 만나서 떡을 팔고 사고, 이러다가 참 서로 정이 담뿍 들었나 봐. 하루라도 못 보면 서운할 지경이 된 거야.

어머니는 날마다 떡함지를 이고 건넛마을 할아버지 집에 갔어. 날이 궂으나 맑으나 추우나 더우나 가리지 않고 날이면 날마다 개울을 건너 갔지. 가서 떡도 팔고 얘기도 하고 놀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집에 돌아오곤 했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한 날 그러자니, 개울을 건너느라고 어머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개울에 다리가 없어서 그냥 발을 적셔 가며 건너야 하는데, 더운 여름날에야 괜찮지만 추운 겨울에는 그게 참 예사 고생이 아니거든.

그래서 하루는 아들 일곱 형제가 모여서 의논을 했어. "우리 어머니가 날마다 건넛마을 짚신장수 영감님 댁에 가시는데, 그 개울 건너는 고생이 너무 크신 것 같다. 우리가 징검다리라도 놔 드리자."

이렇게 의논을 하고, 그날 저녁에 일곱 아들이 개울에 가서 큼직한 돌을 하나씩 날라다가 징검다리를 놨어.

그날 밤에 어머니가 돌아오다 보니 전에 없던 징검다리가 떡 하니 놓여 있거든.

'참 잘 됐다. 이제는 발을 적시지 않아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징검다리를 밟고 겅중겅중 개울을 잘 건넜어.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발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개울을 잘 건넜지. 그 참 잘 됐지 뭐야.

그런데, 하루는 어머니가 건넛마을에 간 사이에 큰 비가 사납게 왔어. 그 바람에 개울물이 불어서 시뻘건 흙탕물이 콸콸 흐르거든.

"이러다가는 징검다리가 물에 쓸려 가버리겠다. 어서 가 보자."

일곱 형제가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아니나다를까 징검다리 일곱 개가 죄다 큰물에 휩쓸려 가버리고 없네. 이 일을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벌써 저 멀리서 어머니가 오는 거야. 일곱 형제는 얼른 머리를 짜냈어.

"이러고 있을 새가 없다. 어서 물속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징검다리가 돼 드리자."

일곱 아들이 물속으로 들어가, 한 줄로 죽 늘어서서 등을 대고 엎드렸어. 그러니까 사람 징검다리가 된 거지.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일곱 아들 등을 밟고 개울을 건넜어.

'어째 오늘은 징검다리가 더 넓고 푹신한 게 디디기 좋구나.'

이렇게 해서 어머니는 무사히 개울을 건너 집으로 갔는데, 이때 갑자기 더 큰비가 쏟아지면서 개울물이 마구 넘쳐났어. 그 바람에 일곱 아들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모두 큰물에 휩쓸려가 버렸지.

그렇게 한 날 한 시에 죽은 일곱 아들은, 그 뒤에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됐다는 거야. 북쪽 하늘에 별 일곱 개가 나란히 박힌 북두칠성, 그게 바로 그 일곱 아들들이 죽어서 된 별이래.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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