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갈등에 청와대는 침묵

입력 2005-06-06 10:40:35

당·정·청 갈등에 청와대가 침묵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해찬 총리에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책까지 비판하는 상황이지만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노 대통령이 '정국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분위기만 감지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주변에 "나는 이보다 더한 어려움을 수도 없이 겪었다"면서 "어려울수록 원칙대로 가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정일기'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윤 실장은 국정일기에서 "대통령은 당도 지배하지 않고, 당직 임명권도 공천권도 없고, 계보로 불릴 만한 의원들의 집합도 없다"면서 "이렇듯 대통령은 권력 유지에 사용되던 권력, 변화된 대통령직에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권력을 모두 손에서 놓았다"고 했다.

'당정 분리'나 '탈 권력' 얘기는 여러차례 언급됐지만 때가 때인지라 여권 안팎에서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정일기를 쓴 윤 실장은 노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어 결국 노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국정일기는 또 "대통령은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는 한국사회에 있는 '증오와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부쩍 '통합의 위기'를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열린우리당의 인적 쇄신 요구를 마냥 무시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국정원장의 인선을 늦춘데서 이런 분위기를 읽는다.

청와대는 지난 2일 고영구 국정원장 후임으로 권진호(權鎭鎬)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에서 불만족스러워하는 기류 탓인지 후보군을 단수에서 3배수로 늘리고, 인사 시기도 1주일가량 늦췄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후보군을 넓힌 것이 절대 아니다"면서 "대통령에게 선택의 폭을 넓게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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