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타악기 연주자 권세홍씨

입력 2005-06-04 13:34:28

"역동적이고 신나는 리듬은 타악기만의 매력이지요. 특히 청중뿐 아니라 연주자도 연주하면서 흥이 절로 납니다.

"

30여 년 간 타악기를 연주해온 권세홍(45)씨의 타악기 예찬론이다.

권씨는 대구 타악 1세대 연주자에 속하는 음악인이다.

권씨가 '공부나 하지 왜 딴따라를 하려고 하느냐'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1980년 계명대 음대에 진학했다.

당시만해도 대구 음악계에서 타악은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계명대에 타악전공이 생긴 것이 1979년이고, 커리큘럼도 세분화 되지 못한 상태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부한 그이지만 현재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타악인들은 대부분 권씨를 비롯한 타악 1세대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다.

권씨는 고교시절 처음 타악기와 인연을 맺었다.

"초등학교 5학년 운동회 때 담임선생님이 작은 북을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그때부터 북을 치고 싶었어요." 북이 좋아 악대부에 들어간 것이 타악 연주자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됐다.

권씨는 대학 4학년때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발탁됐다.

10년만 연주하겠다고 시작한 대구시향 단원 생활은 더 오래 계속됐다.

17년째 접어든 지난 2000년 그는 수석단원이라는 매력적인 자리를 내던지고 새로운 출발을 시도했다.

"제가 여력이 있을 때 그만 두는 것이 좋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시립교향악단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 권씨가 시향에서 나오자마자 계명대 대학원에 진학, 지휘를 공부했다.

타악 연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폭 넓은 음악의 깊이를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대구여성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거쳐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지휘봉을 잡았고, 현재는 키즈코리아오케스트라와 대구마림바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고 있다.

권씨는 지휘자로서 외도 아닌 외도를 하고 있지만 지역 타악예술 발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84년 뜻을 같이하는 음악인들과 함께 대구타악예술협회를 설립, 타악 대중화에 앞장섰다.

벌써 20년. 민간예술단체인 대구타악예술협회가 전용 연습 공간을 가지고 20년 이상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회장을 맡고 있는 권씨의 공이 크다.

연습실을 구하지 못해 악기사 지하실 등을 전전하다 10년 전 회비를 모아 수성구 범어3동 대주빌딩 지하에 80평의 전용 공간을 마련했고, 지난해 7월에는 대구타악예술문화센터도 개설했다.

대구타악예술협회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

권씨는 "민간음악단체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연주무대를 자주 가져야 하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기획력도 생겨 자립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민간음악단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팝스오케스트라는 권씨의 또 다른 꿈이다.

권씨는 "순수 클래식 공연만으로는 관객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클래식음악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관객들이 부담없이 즐겨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무대가 많아져야 하고, 자연히 대구 같은 대도시에 역량 있는 팝스오케스트라가 창단돼 시민들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권씨는 "타악 전공자들이 대학 졸업 후 진로가 불투명해 타악음악 지도자들이 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대구타악예술문화센터를 성서 등 여러 곳에 개설해 전공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타악 저변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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