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거주 중인 파키스탄인 이주노동자 위키(30)씨는 3개월 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캐나다에 입국신청을 냈지만 '노동력 상실'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뒤 실의에 빠져 있다.
지난해 성서의 한 금속가공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기에 오른손 네 손가락 끝마디가 모두 잘려나가 물건을 움켜쥐지 못하는 지경이었기 때문. 보상비로 1천500만 원을 받았지만 앞으로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
"공장에선 내 실수라고 하지만 전 낡은 기계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기계마저 작업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자동위험감지센서를 작동시키지 않아요." 위키씨는 지난 한 해 자신이 일한 공장에서 모두 6명이 비슷한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지난 2002년 8월 섬유공장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샤밈(29·방글라데시)씨는 롤러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오른손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그는 "그나마 사고 뒤에도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줘 다행"이라며 "하지만 친구들 중에는 두 손이 잘리고 내쫓긴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리안 드림을 좇아 입국한 동남아 등 이주 근로자들이 산재를 당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소장 김경태 목사)는 2일 오전 남구 남산동 구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 노동자들의 산재처리에 앞서 노후 기계 교체, 근로복지공단의 신속한 보상처리, 노동부의 현장 중심 근로감독 시행 등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상담소에 따르면 산재보험 처리만 해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업주의 안일한 태도와 안전불감증, 산업안전교육의 미비로 인해 외국인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
김경태 목사는 "우리의 60, 70년대 산업재해 풍경이 현재 외국인노동자들에게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심지어 작업 중 사망했지만 전문가의 감정서가 안 나온다는 이유 등으로 1년 넘게 산재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사가 지난해 산재 처리한 외국인노동자는 163명이지만 상담소에 신고된 건수는 39건이다.
외국인노동자 대부분이 불법체류자 신분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상담소는 추정하고 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사진:이주 노동자들이 2일 기자회견에서 산업재해로 다친 손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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