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예외' 신뢰 잃은 수도권 규제

입력 2005-05-28 13:02:16

수도권 외국투자 재개

한국3M의 LCD용 필름제조시설 공장 착공식이 지난 26일 경기도 화성의 외국인전용공단에서 열렸다.

정부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령을 개정, 25개 업종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신·증설을 2007년 말까지 재허용함에 따라 무산될 뻔했던 착공이 예정대로 치러진 것이다.

수도권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가 재개될 전망이다.

그동안 불가능했던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신규투자를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도록 해준 때문이다.

이로써 산집법은 누더기 법안이 돼버렸고, 예외적인 상황을 거듭 인정함에 따라 수도권에 대한 규제장치는 효율성을 잃어버렸다.

수도권과 대기업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철폐'해달라고 덤벼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첨단업종 투자 규제를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수도권의 산업지도가 바뀔 정도인데 이를 전면 폐지한다면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지방화정책은 무산될 수 밖에 없다.

◆누더기가 된 수도권 규제정책

수도권의 인구·산업 집중 방지는 정부마다 주요 정책목표였다.

현재와 같은 수도권 규제정책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골격이 잡혔다.

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 과밀부담금제도와 공장총량제를 도입한 것이다.

규제대상은 대기업 공장. 공장 규모와 관계없이 대기업 소유의 공장을 뜻한다.

그러나 이 법은 그동안 거듭된 개정으로 원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대한 투자유치를 규제하자는 것인지 허용하자는 것인지 당초 법안의 의도는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

또 성장관리지역에서는 업종과 면적에 관계없이 중소기업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 난개발현상이 심화하는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실효성 잃어버린 규제

수도권과 대기업은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해달라며 경제논리를 내세운다.

수도권 규제의 당초 목적이 수도권으로의 과다한 인구·산업 집중 억제였는데 이를 위한 각종 규제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갈수록 심화해 수도권 인구는 2030년 53.9%에 이르게 된다는 전망치까지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내놓은 장래인구추계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는 2005년 총인구의 48.3%에서 2010년 49.9%로 절반에 이른 후 2020년 52.3%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에 인구가 몰리는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경기도 인구는 2005년 22.2%에서 2030년 29.0%로 6.8%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을 막는 것이 정책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인위적인 규제를 풀고 지방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정책수단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수도권의 논리.

산업자원부 산하의 산업연구원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은 심화했고 앞으로도 심화할 것이므로 수도권 규제정책을 적극적 지역진흥정책으로 전환하자"고 권고했다.

산업연구원의 민영휘 연구위원은 수도권에 대한 규제정책이 시행된 1994년부터 97년까지는 수도권의 총생산 밀도가 다소 하락했으나 98년부터는 다시 상승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민 위원은 "수도권 억제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은 공장 이외의 생산요소나 생산양식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장입지 규제 강화는 공장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수도권기업의 가치상승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규제정책에 대한 예외조치가 여러 차례 반복됨으로써 규제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고 비수도권은 지적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가 시행된 97년까지는 수도권지역의 총생산밀도가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규제정책이 흔들리면서 수도권 규제정책의 효과도 반감된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국균발 한 관계자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집중을 억제하는 방안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지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마구잡이 개발은 억제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라는 얘기다.

당정은 아직 규제 유효론에 서 있다.

당정은 지난 19일 "지방분산시책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갈 경우 수도권 인구 유입이 가속화하고 지방투자가 위축되는 등 역류현상이 우려된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화 추진속도와 연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사진: 2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장안1산업단지 외국인 투자지역에서 열린 한국 3M 화성공장 착공식에서 손학규(왼쪽에서 2번째) 경기지사가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 3M 경기 공장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신·증설 재허용에 따라 착공된 것으로 수도권에 대한 외국자본 투자 재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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