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철낭자(鐵娘子)답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불과 몇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한 우이(吳儀) 부총리의 행보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선은 '여걸답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제예의상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일본측 비난과는 기본적으로 맥을 달리한다. 오히려 '잘못된 역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정서가 중국인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 부총리가 중국 정부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녀의 근성과 배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일본에 도착한 우 부총리는 고이즈미 총리가바로 전날 국회에서 "전몰자 추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는 다른 나라가 간섭할문제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사실을 알고 자신과의 회담에서 "같은 말을 듣는 건 견딜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우 부총리는 이에 따라 본국 지도부에 회담 거부를 요청했고 22일 밤 지도부로부터 제의에 동의한다는 회신이 왔다는 것. 그녀는 즉시 행동에 옮겼다. 당황한 일본측이 충분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국내의 급한 일'만을 언급한 뒤 발길을 돌리고말았다. 한번 한다면 하는 우 부총리의 배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찍이 그녀는 '중국의 대처'나 '철낭자'로 불리었다. 1938년 후베이(湖北)성우한(武漢)에서 태어난 우 부총리는 1962년 베이징석유학원을 졸업했다. 그 뒤 26년간 석유화학회사에서 근무하다 베이징 부시장이 되면서 정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중국 정계에서 여걸로 통한다. 1990년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칼라 힐스 대표와의 담판에서 '미국의 여걸'이었던 힐스가 중국내 불법복제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좀도둑'이라는 표현을 하자 그녀는 "미국은 과거 중국의 유물을 강탈해간 ' 날강도' 아니냐"고 맞대응해버렸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장쩌민(江澤民)이나 주룽지(朱鎔基) 등 당시 중국 최고수뇌부의 애정어린 지원을 이끌어낸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주룽지마저 그녀에게는 질책을 한 적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결국 우이는 1998년 전인대에서 주룽지 전 총리의 천거로 대외경제무역합작부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나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유치 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녀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문이 일던 때다. '사스와의 전쟁'을 이끌 야전 사령관으로 화려하게 나타난 그녀는 중국인들에게 여걸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2003년 11월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올랐고, 2004년에는 중국 여성최초로 부총리 반열에 등극했다.
독신인 우 부총리는 과거 쑨원(孫文)의 부인 쑹칭링(宋慶齡), 마오쩌둥 (毛澤東) 부인 장칭(江靑), 저우언라이(周恩來) 부인 덩잉차오(鄧潁超) 등 중국의 여걸들과달리 실력자 남편의 후광없이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오늘은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베이징 부시장 시절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1년 이상 집에 들어가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녀는 친화력을 자랑하고, 다재다능한 면모도 있다.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내 삶에 끼어들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라고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결혼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하고, 노래와 낚시, 골프, 볼링, 테니스 등 스포츠는 물론 굴착기 운전경력이 있을 정도다.
2002년 중국 전국부녀연합회가 뽑은 '중국의 10대 여성'에 탁구 세계챔피언 덩야핑(鄧亞萍)을 제치고 1위에 뽑힐 만큼 대중적 인기도 진작부터 상당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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