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고온에 따른 큰 일교차와 서리, 냉해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경북의 과수농가들은 개화기에 접어든 사과 꽃이 일찍 떨어지고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
◆과수농가 집중피해=청송지역 경우 이달 들어 아침과 낮 기온차가 최고 17∼20℃ 이상 되는 날씨가 이어지고 서리가 내린 뒤 아침 최저 기온이 5℃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 개화기를 맞은 배·사과 등에 냉해가 발생하고 있다. 청송에서는 지난 4일 낮 최고 기온이 29.8℃까지 올랐고 지난 17, 18일 아침 최저기온은 6.5∼10℃로 곤두박질했으며 지난달 23, 24일과 이달 3, 4, 10일에는 서리가 내렸다고 청송군 농업기술센터 심장섭 경제작물담당은 말했다.
이 같은 날씨 변덕으로 개화기를 맞은 과수들의 생식기관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거나 화분(꽃가루)의 방출 및 수정에 장애가 생겨 착과율이 낮아지는 피해를 입어, 현재까지 피해면적은 580여㏊에 이르는 것으로 센터 측은 추정하고 있다. 특이 이 같은 피해는 안덕면 근곡·지소리와 현동면 창양·인지리, 부남면 대전·구천·홍원리, 파천면 옹점리 등 산간지역이 더욱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천여 평의 사과농사를 짓는 농민 박정순(48·청송 파천면)씨는 "늦서리와 낮은 기온, 심한 일교차 등으로 사과꽃의 70%가량이 떨어지고 사과 수정도 엉망이어서 올해 농사를 제대로 수확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송군 황윤원 친환경농사 담당은 "산간지 과수원의 피해가 심해 지원책 마련을 위한 피해조사를 19일부터 경상북도 및 능금농협 등과 합동으로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안동의 과수농가 피해는 심할 경우 수확량이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준동(57·안동시 길안면 만음2리)씨는 사과나무 1천3백 그루 중 1천여 그루가 결실 장애를 입어 올 농사를 일찌감치 접을 판이라면서 "촘촘히 달린 어린 사과를 솎을 철인데 솎아낼 것조차 없으니 기막힐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사과나무 1그루에 고작 10개 미만의 사과가 달려 있다는 것.
길안면의 오대리, 현하리, 천지리, 만음리 등 길안천을 따라 펼쳐지는 평지 과수원은 성한 곳이 없는 상황인데 후지 등 만생종은 조생종보다 상태가 더욱 심해 전혀 결실이 되지 않았을 정도. 피해조사에 나선 길안면사무소 담당직원은 "냉해 등으로 결실 장애현상이 종종 있었지만 올해같이 심각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런 상태라면 면내 평균 총 생산량의 40%가 줄어 농가가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이라 전망했다.
상주에서도 3월 평균 기온이 4.4℃로 예년보다 1.2℃가 낮고 4월에도 꽃샘추위 등으로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이상저온 현상이 계속돼 예년보다 7~10일 정도 늦게 꽃이 피기도 했다. 본격 개화기였던 지난달 중순 이후에는 몇 차례의 서리와 비 피해, 30℃를 웃도는 폭염으로 일교차가 20~25℃까지 오르내려 낙화(落花)현상과 수정률 저하 등 피해를 가져 왔다.
상주시 외서면 원흥리 배 생산농 김성환(49)씨는 "개화가 늦어지고 서리와 비 등으로 인공수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전체적인 생육이 지연, 수확기와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상주 외서농협 농산물유통센터 김광출 상무는 "올핸 그동안 캐나다로 수출하던 배를 미국으로까지 시장을 확대시킨 상태여서 고품질 배 생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상기온에 따른 피해를 우려했다.
사과 주산지인 의성 옥산·춘산 등지에서도 사과 결실률이 크게 떨어지는 등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의성에서는 지난달 23일과 24일, 25일 낮 최고기온이 32℃까지 치솟은 반면 23일 새벽에는 영하 0.7℃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일교차가 무려 30℃를 넘어섰다. 때문에 사과 결실률이 예년에 비해 50% 정도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
의성군농업기술센터 오상진 지도사는 "개화기인 지난달 상순 한낮 기온이 30℃를 웃돌면서 사과꽃이 채 수정도 되기 전에 암술과 수술이 말라 죽는 바람에 결실률이 크게 떨어지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성군 사과발전연구회 손기숙(51·의성군 춘산면 금오리) 회원은 "지난해에는 동해 피해를, 올해는 고온 피해를 입는 등 이상기온으로 인한 과수농들의 피해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천지역 역시 청송 및 군위지역과 맞닿은 화북면 일대 사과재배농이 피해를 입었다. 보현산을 낀 화북면 상송·하송·용소·입석리 등 영천 북부지역에는 서리와 일교차, 이상고온 등으로 사과꽃 만개일이 지난해보다 4일 늦었으나 꽃가루가 말라 수정이 안 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영천시 화북면 옥계리에서 5천여 평의 사과농사를 짓는 권경자(44·여)씨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고 이상 기온 탓으로 올 사과농사의 작황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걱정했다.
◆다른 작물도 피해 확산=이상고온으로 낮 최고기온이 30℃를 육박하던 봉화군 등 경북 북부지역이 최근 들어 갑작스런 일기변화로 예년보다 1~2℃가량 평균기온이 낮게 나타나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봉화지역의 산간계곡 다락밭에 재배 중인 호박 등 밭작물도 기온이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냉해가 잇따르고 있다.
박모(40·봉화읍 문단리)씨 등 주민들은 "최근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일하기도 불편할 정도"라며 "다락밭에 심은 애호박의 성장이 중단되는 등 잎이 말라 타들어가는 현상이 발생, 정상적인 생장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봉화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평균 최저기온은 7.6℃로 지난해 7.9℃보다 0.3℃가 낮게 나타났으며 최고기온 역시 22.2℃로 지난해 22.9℃보다 0.7℃가 낮은 것으로 기록됐다.
상주에서도 지난달 하순부터 이달 초까지 낮기온이 예년보다 평균 3~5℃가 높은 28~32℃에 이르는 한여름 폭염이 계속되면서 못자리마다 어린모가 누렇게 마르거나 썩어드는 '뜬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 군위와 의성 및 영천 등 양파 재배농가에서는 높은 기온으로 양파들이 이상 성장을 하는 바람에 추대(꽃대)가 발생하면서 지난해보다 수확이 최대 5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상품성마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경구·김경돈·이희대·엄재진·이채수·마경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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