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드라마, 중년을 잡아라

입력 2005-05-25 08:23:26

'중·장년 시청자를 사로 잡아라'. 중·장년들의 '드라마 삼매경'이 예사롭지 않다. '해신', '불멸의 이순신', '부모님 전상서' 등 중·장년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드라마들이 시청률에서 호조를 보이며 순항하는 반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10, 20대의 트랜디 드라마들은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해 신데렐라 스토리나 재벌2세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 특히 역사물이나 시대극이 잇달아 브라운관을 장식하면서 드라마를 멀리하던 중년 남성들조차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점도 눈에 띤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이 집계한 지난달 전체 시청률 순위에 따르면 KBS의 '해신'과 '부모님 전상서'가 1, 2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 '부모님 전상서'는 지난달 전체 시청률에서 30.9%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KBS '해신'으로 '부모님 전상서'에 불과 1.4%포인트 뒤진 29.5%를 기록했다. 3위는 KBS '불멸의 이순신'(26.6%)이었다. 모두 중·장년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드라마들이다. AGB닐슨이 4월25일부터 5월22일까지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해신'의 경우 50대 이상 여성의 시청률이 21.8%, 50대이상 남성이 2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드라마 비시청인구로 분류됐던 중년 남성들이 TV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호쾌한 승전보가 울리고 있는 KBS1 '불멸의 이순신'과 본격 정치드라마 MBC '제5공화국'(14.6%) 등 남성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그 이유. 장보고와 염장의 대결이 절정에 이른 '해신'과 금순이의 억척스런 삶이 돋보이는 MBC '굳세어라 금순아'(25.3%), 우리네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부모님 전상서'는 남녀를 두루 망라하는 사랑을 받으며 순항중이다. AGB닐슨이 4월16일부터 5월15일까지 한 달간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주말 밤 9시30분~11시 30~54세 남성시청자의 상대점유율(전체 시청자에서 특정집단이 속하는 비율)은 25.4%에 달했다. 이는 평일 같은 시간대 점유율 20.79%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 또 '제 5공화국'의 경우 상대점유율이 가장 높은 층은 40대 남성(13.11%)이고, '불멸의 이순신'도 40대 이상 남성의 점유율이 29.68%에 달한다.

이 같은 결과는 신세대 취향의 드라마들의 시청률과 비교해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에릭, 한가인 등 톱스타들의 출연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던 MBC '신입사원'의 경우 지금까지 17.2%(AGB닐슨)의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첫 방송된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은 같은 방송 시간대의 '해신'에 밀리면서 10%를 거의 넘지 못했고 지난 2일부터 전파를 탄 KBS2 '러브홀릭'은 6.5%(AGB닐슨)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MBC '환생 NEXT'도 참신한 내용과 기획이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평균 6.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트렌디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월·화요일 밤 10시 시간대의 '리모컨' 주인은 30대 이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15.1%(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첫 출발을 보인 SBS '패션70s'의 경우 30대 여성(12.0%)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다. 역시 주부들의 사랑을 받았던 SBS '불량주부'가 평균 18.5%의 시청률을 보였던 반면 10, 20대 취향의 KBS '러브홀릭', MBC '환생 NEXT'은 10%를 넘지 못했다. TNS미디어코리아 측은 "3월 신학기를 맞아 월화드라마의 흥행을 주도하던 10대 고정 시청자들의 대거 이탈이 최근 월화드라마 시청률 역전현상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상대적으로 30~40대 이상 중년 시청층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사진 :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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