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문학관 없는 '문학의 도시' 대구

입력 2005-05-19 08:33:02

토지문학관(원주), 김유정문학관(춘천), 이효석문학관(봉평), 미당 시문학관(고창), 채만식문학관(군산), 혼불문학관(남원), 조태일문학관(곡성), 청마문학관(통영), 지훈문학관(영양), 육사문학관(안동), 구상문학관(왜관), 동리·목월문학관(경주)….

세계의 각 도시들은 향토 출신의 이름난 작가가 사용하던 낡은 안경과 오래된 의자까지도 유품으로 보관하고 전시하며 문학과 예술의 고장임을 자랑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의 각 지자체들도 지역성과 문학적 특성을 살린 문학관 건립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문인들의 출신지이자 작품활동의 무대였던 대구의 현주소는 어떤가. '문학의 도시'로 자부하며 근대 이후 숱한 문인들을 배출해 온 대구에는 왜 이렇다 할 문학관 하나 없을까. 문학관은 고사하고 유명 작가의 생가나 살던 집 하나 제대로 보존된 것이 있는가. 우리 문단의 주류를 이루었던 이장희, 이상화, 현진건, 백기만, 이육사, 이호우,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유치환, 김춘수, 전상열, 구상, 김주영, 김원일, 이문열 등을 기념하는 온전한 공간이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100만 시민 서명운동으로까지 확대되었던 민족시인 상화 고택 보존과 일대의 문화유적지 만들기의 현실을 한번 되돌아보자. 자칫하면, 오랜 세월 대구에서 거주하며 대구에서 문학적인 꽃을 피웠던 대여 김춘수 시인의 문학관마저 단지 출생지라는 이유만으로 통영에 빼앗길 판이다.

한국문학의 뿌리였던 대구의 문학적인 유산과 자료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은 대구 문학의 역사와 정신을 집대성하는 것이다.

문학관은 지역 홍보와 관광객 유치로 경제적인 부가가치까지 창출하기 마련이다.

대구문학관 설립은 문화의 지방분권화를 위한 시대적인 당위이기도 하다.

"대구에 반듯한 문학관 하나 없다는 것은 대구 문화행정의 맹목이자 문화시민의 수치"라는 한 시인의 지적이 가슴을 저민다.

오늘날 대구의 척박한 문학적 여건과 문화예술 환경에 대한 통탄이다.

참으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지난 17일 대구시청에서 시장을 비롯한 시 관계자들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대구문화중장기발전계획 보고회 및 공청회를 주목한다.

'2006년 사업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2007~2009년 설계 및 시공, 2010년 개관 운영'이라는 대구문학관 건립 계획이 이번에야말로 빛을 보는 것인가. 대구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문화향유 공간 세우기의 그 청사진이….조향래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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