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자회담 '동상이몽?'

입력 2005-05-18 11:02:35

10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차관급 회담은 19일 추가 접촉이 남아있지만 남북 간의 '동상이몽'으로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오는 6월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합의로 지난해 5월 이후 단절된 남북 간 대화채널을 복원하게 됐다는 것 이외에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기대했던 목표들 대부분이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회담에 임하는 남북 간의 자세가 현격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북한은 회담을 비료지원을 얻어내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자세였던 반면 남측은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북측 관계자는 "핵문제와 거리가 있는 회담으로 (핵문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 않을 것"이라며 초장부터 남측의 '김'을 뺐다.

때문에 회담은 시작부터 공전되는 양상으로 진행됐고, 우리 측은 '또 퍼주기냐'는 국내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시 중대한 제안'이라는 새로운 카드까지 꺼냈으나 북측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우리측 대표단은 19일 재개되는 회담에 일단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지난 이틀간 북측이 보여준 태도에 비춰 회담을 하루 더 한다고 해서 특별히 기대할 것이 있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정부가 가장 공을 들여온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원칙을 회담 합의문에 담는 문제에 대해 북한은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측은 "한반도 비핵화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남북 화해협력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지만 북측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이 같은 무반응을 통해 북한은 '핵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지 남한과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부는 19일 재개될 남북한 접촉에서 이 문제를 집중 협의한다는 방침이나 큰 기대는 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가 또 다른 주요의제로 내세웠던 남북관계 정상화 역시 '6월중 장관급 회담 개최' 이외에는 건진 것이 별로 없다.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경의선·동해선 도로 연결행사 및 철도 시범운행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반면 북한은 목표로 했던 비료지원을 성사시킴으로써 실리를 챙기는 노련함을 보였다. 물론 당초 요구한 50만t 모두를 지원한다는 확약을 우리측으로부터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일단 20만t을 6월중에 받고 나머지 30만t도 6월에 열리는 장관급회담에서 '잘 하면'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