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유전의혹 수사 '김前차관'이 고비

입력 2005-05-12 16:42:44

"'김세호'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

유전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감사원으로부터 수사요청받은 피(被) 내사자 가운데 해외체류중인 허문석씨를 제외한 5명 중 마지막으로 구속된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에 대한 수사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표현한 말이다.

검찰이 김씨 수사에 무게를 두는 것은 철도청장을 지낸 김씨가 유전사업에 무모하게 뛰어든 철도공사의 최고 책임자인 만큼 정치권 등의 외압 여부를 밝힐 열쇠를 쥔 인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 의혹 열쇠 갖고 있나?=김씨는 2003년 3월 철도청장으로 부임했다가 건교부 차관으로 발탁되면서 지난해 9월 3일 철도청을 떠났다.

철도청이 러시아 유전인수 사업 참여를 확정한 지난해 8월 16일에는 철도청의 최고 책임자였고, 철도교통진흥재단을 통해 유전인수 계약을 체결한 날 하루 전인 9월 3일에 건교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따라서 김씨는 철도공사가 은행대출을 받아 러시아 측에 계약금을 보내고, 그 후 사업을 돌연 포기하는 시기에는 철도공사의 결재 라인에서 빠져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김씨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김씨가 유전사업을 시종 구체적으로 관리한 정황이 곳곳에 적시돼 있다.

구속영장에는 김씨가 지난해 8월말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유전사업 추진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도록 지시했고, 건교부 차관이던 9월 중순에는 이희범 산자부 장관에게 유전사업을 도와줄 것을 건의했던 것으로 적시돼 있다.

게다가 김씨는 건교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도 철도공사가 러시아 측에 유전사업계약해지(2004.11.15)를 통보하기 바로 전인 11월 초순까지 왕씨 등으로부터 유전사업 진행과정을 수차례 보고받은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김씨가 철도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유전사업 참여가 결정됐고, 김씨가 철도청을 떠난 후에도 사업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만큼 만약 정치권 등에서 유전사업에 철도공사를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최고책임자인 김씨를 통해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김씨가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주관부처에 유전사업을 언급했다면 그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가 철도공사의 '탈선'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방조했거나 승인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는 전면 부인으로 일관…수사 어려움=검찰은 김씨를 넘지 않고서는 정치권 외압 부분에 대한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공사 안에서 유전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왕씨가 있지만 그는 검찰조사에 앞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의 개입의혹에 대해 '허문석씨 말만 믿었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또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은 유전사업참여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철도청 차장으로서 형식적으로 결재는 했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는 배제됐다는 입장이어서 검찰은 김씨의 입을 여는데 수사력을 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사업참여 결정 전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하고, 사업성이 있다면 한 번 추진해보라는 언급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사업과 관련해 전혀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왕씨와 신씨, 철도공사 기타 직원들의 진술을 근거로 김씨가 일정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김씨를 상대로 강도 높은 추궁을 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김씨가 혐의를 워낙 완강히 부인하는 통에 48시간의 체포시한을 꽉 채운 10일 밤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수사팀 회의를 수차례 여는 등 장고를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부하직원들이 철도공사의 업무와 무관하고, 엄청난 위험부담이 있는 사업에 참여키로 결정하기까지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어 업무상 배임의 공범으로 보고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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