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랑 '부스전' 찬반 논란

입력 2005-05-09 08:41:25

지역 화랑들이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는 부스전을 잇따라 열고 있어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부스전 형태의 전시회가 전시 기회 증가 및 비용 감소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전시회 질 저하에 따른 지역 화랑계 및 작가 위축 등 화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구지역에서 부스전 형태의 전시를 처음 도입한 곳은 두산아트센터. 지난해 여름 두산아트페어를 시작으로 올 3월엔 '두산 뉴 아티스트 페스티벌'을 가졌고, 오는 8월엔 '두산 서머 아트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두산아트센터는 이와 함께 매년 봄, 여름에 각각 9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부스전, 가을엔 아트페어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봉성갤러리도 현재 부스전 형태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16일까지 열리는 이 미술제에는 모두 36명의 작가들이 참가했으며 앞으로 전시공간을 확장해 매년 봉성미술제를 열 예정이다.

이처럼 부스전시가 활성화하면서 많은 지역작가들이 매년 부스전을 선택해 개인전을 대체해갈 것으로 보이는데 작가들은 경제적인 측면 등에서 부스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가 작가들은 "개인전을 한번 여는 데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이 드는데 비해 부스전은 수십만 원의 참가비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봉성갤러리 최원기 사장은 "화랑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면서 작은 화랑과 큰 화랑의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부스전을 통해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큰 규모의 화랑들이 해야할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백명의 작가들이 부스전으로 작품 전시회를 가질 경우 작품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등의 부정적인 견해도 적잖다.

한 미술관계자는 "현재로선 부스전을 해도 전시회에 오는 손님도 똑같고 작품이 팔리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화랑이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참여 작가를 선별, 전시회의 질을 높여야 앞으로도 화랑 및 작가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스전을 통해 작가와 컬렉터 간 작품이 직거래되면서 화랑의 역할이 축소돼 화랑은 물론 작가에게 부메랑 효과로 돌아올 우려도 높다는 지적이다.

한 화랑 관계자는 "화랑이 작가에게 투자해 스타 작가를 키워내야 작가와 화랑이 공존할 수 있는데 부스전은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라며 "작가에 대한 화랑의 투자시스템이 확립된 미국, 독일 등에서는 스타 작가들이 많은 반면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작품이 직거래되는 프랑스의 경우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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