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상품 완봉승

입력 2005-05-03 16:29:24

경기 회복에 좀처럼 가속도가 붙지 않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및 주가 하락, 석유 값 고공 행진, 소비자물가 상승세 등 악재가 속출하자 소비자들이 다시 긴축에 돌입하고 있다. 비싼 상품보다 효용은 비슷하지만 값은 싼 '대타(代打)상품'을 많이 찾고, 균일가전에 몰리는가 하면 실제로 소비 지출을 줄이는 가정이 늘어나는 등 다시금 허리띠를 졸라매는 추세다.

▲'대타상품 인기몰이'=올 들어 각종 생활필수품 가격이 들썩임에 따라 소비자들이 싸고 품질 좋은 대타상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마트 대구 5개점에 따르면 1~4월 한우, 느타리버섯, 갈치 등의 매출은 주춤하거나 하락세를 보인 반면 이들 제품보다 가격이 싸고 효용은 비슷한 육우, 참타리버섯, 갈치포 등 대타상품 매출은 고속 신장세를 보였다. 한우 경우 올 들어 작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8%인데 반해 육우의 매출은 13%나 신장했으며 특히 육우 정육은 세자릿수 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느타리 버섯도 매출 신장률이 5%에 머무른 데 반해 육질과 맛이 비슷한 참타리버섯은 전년 동기보다 21% 매출이 늘어났으며 판매액에서도 느타리버섯을 앞질렀다. 생물 갈치 역시 매출이 5% 정도 떨어졌지만 대타상품인 갈치포는 오히려 매출이 75% 증가했다. 참조기도 굴비의 대타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매출이 전년보다 60% 정도 신장했다.

갈치 가격이 부담스런 일부 소비자들은 고등어로 아예 구매종목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작년 대비 고등어 자반 매출이 30% 이상 신장했다. 장어, 즉석 오징어구이 등 간식 및 술안주 수산물의 판매가 저조한 데 비해 볶음 멸치, 도시락 김 등 반찬용 수산물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고객들의 실속구매 영향 때문이다.

이처럼 대타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예민한 주부들이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많이 찾기 때문. 국거리(사태'양지 등) 경우 한우는 100g당 3천350원인 반면 육우는 1천980원으로 가격이 41% 정도 저렴하며, 참타리버섯 역시 100g당 1천 원으로 1천980원인 느타리버섯보다 싸다. 비늘이 벗겨졌거나 크기가 작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국내산 갈치를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냉동 가공한 갈치포 역시 생물 갈치보다 30% 정도 저렴해 젊은 주부를 중심으로 많이 찾는다는 것. 이마트 신선식품담당자는 "소비자들이 대타상품을 많이 찾음에 따라 유통업체들도 이들 상품 개발 및 판매에 힘을 쏟는 추세"라고 얘기했다.

▲"저렴한 제품 찾아 삼만리"=유행에 뒤처진다는 이유 등으로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았던 백화점 이벤트홀이나 층별 행사장. 이곳에도 고객이 몰려들고 있다. 3일 동아백화점에 따르면 화려하거나 튀는 옷보다는 무난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알뜰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이벤트홀이나 행사장이 다시 붐비고 있다는 것.

또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언제 어떤 제품의 행사를 진행하는지를 신문 광고, 우편물(DM), 백화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에 확인하고 매장을 찾는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행사를 진행하면 매출이 평소보다 35~45%가량 늘어날 정도다. 동아쇼핑 1층 잡화코너 이경희씨는 "이월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정상제품에 비해 유행도 크게 뒤지지 않아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모든 제품을 1천 원이나 2천 원에 파는 균일가전에도 소비자들 발길이 부쩍 늘었다. 포크'숟가락에서부터 빗, 거울, 찻잔 냄비, 커피잔, 바구니 등 50여 가지의 생활소품을 한자리에 모아 판매한 동아백화점의 '2천 원 특별가전'에는 4, 5개씩 물건을 사는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같은 백화점의 식품관 푸드갤러리에서 진행하는 '1천 원 균일가전' 및 하나를 사면 하나를 추가로 주는 '덤상품전'에도 준비한 수량이 거의 매진될 정도다. 강호진 계장은 "과일, 해산물 등 신선식품 경우 상품 특성상 영업시간 종료 1시간 전부터는 50%에서 70%까지 할인 판매를 하는데 이 시간대에 쇼핑하는 고객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며 "운반과정에서 흠이 생긴 과일을 따로 모아 싼 가격에 판매하는 코너에도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샴푸와 린스, 유아용 물티슈 등도 리필제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 제품보다 20~30%가량 저렴한 PB(자체 상표)상품에도 소비자가 몰리는 등 알뜰쇼핑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10가구 중 4가구꼴로 소비지출 줄여=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13∼16일 전국의 1천 가구를 상대로 실시한 '유가 급등에 관한 가계의식 조사' 결과 35.8%가 유가 상승 등으로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평균 소득 2천만∼3천만 원대 중산층은 이런 응답률이 41.4%에 달했다.지출 감축 항목으로 31.3%가 외식비를 꼽았으며 교통비 26.0%, 내구재 구입비 9.2%, 의류비 8.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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