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우습게 아는 삼성 一家

입력 2005-04-30 12:46:29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토탈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한 직원이 석유화학업계의 가격담합을 조사하던 공정위 조사관으로부터 회사의 중요 서류를 빼앗아 달아난 뒤 찢어 버렸다고 한다. 심지어 조사관이 이 직원을 뒤쫓자, 다른 직원들이 방해를 했다는 것이다. 국가 공권력이 물러 터졌거나 '삼성의 힘'이 공권력을 능가하거나 둘 중 하나다.

문제는 삼성 일가의 공권력 무력화 시도가 '상습적'이라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앞두고 전자문서 6만여 건을 조직적으로 파기'은폐했다. 또 지난 1998년에는 삼성자동차, 2000년과 2002년에는 삼성카드가 잇달아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거나 거부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되면 수 십억에서 수 백억 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조사 거부 또는 방해 행위에 대해 사업자는 최고 2억 원, 직원은 5천만 원 과태료 처분이 고작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공정위 상층부의 삼성 눈치보기다. 삼성토탈의 조사방해 행위를 공정위 상층부가 덮으려했다는 것이다. 이러니 삼성이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이에 공무원 노조 공정위 지부가 '안하무인' 삼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공정위 노조 지부장은 조사권 강화 등 적극 대처를 주장했지만 정부 고위관료와 국회를 상대로 한 삼성의 로비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초일류와 투명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공권력에 도전하면서까지 기업 비밀을 감추려 했다면 분명 '구린 데'가 있었을 것이다.

공권력에 대한 재벌의 도전은 삼성이든 누구든 솜방망이가 아니라 철퇴로 내려쳐야 한다. 그래야 국가기관의 위신이 선다. 공무원노조 공정위 지부의 주장처럼 수사권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조사수단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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