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자 우량 고객에 대한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영업이 강화되고 있다. 은행별로 부자고객은 5~10% 정도이지만 이들이 은행 수익의 60~80% 이상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량 고객에게는 금리 우대, 재무상담, 각종 강좌 및 문화행사 초청 등 차별적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일반고객과 부자고객을 구분짓는 은행 서비스에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은행가의 현실은 냉정하다.
▲반가운 영접, 융숭한 대우=대구은행에 4천만 원을 예금하고 있다면 '일반고객'에 불과하지만 5천만 원을 예금하고 있다면 '우수고객'으로 분류돼 대접이 달라진다.
은행 지점에 가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일반고객과 달리 '우수고객 전용창구(대구은행)' 'VIP고객 전용창구(신한은행)' 등 은행마다 마련한 전용창구에서 빠르고 편안하게 은행일을 처리할 수 있다. 지점 내에 설치된 PB룸이나 지점장실로 안내돼 차 접대를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기도 한다. 대구은행의 우수 고객은 전체 320여만 명 중 5%선인 16만여 명 정도이다. 6개월마다 거래 상태를 심사, 우수고객 중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우수고객에서 일반고객으로 떨어져 서비스 혜택이 줄기도 한다.
여기에다 우수고객 중 3억~5억 원 이상의 최상위 부자고객은 아예 본점 차원에서 관리한다. 대구은행은 최상위 부자고객을 본점, 죽전점, 지산점의 VIP클럽에서 담당하는데 다른 우수고객들과 서비스 질이 다르다.
▲우수고객에도 등급이 있다=은행마다 우수고객의 기준은 다르다. 대개 수신규모나 월 평균 수익기여도 등을 따진다. 대구은행은 최근 3개월간 5천만 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 중이거나 최근 6개월간 수수료 등 월평균 은행 수익 기여도 10만 원 이상인 고객부터 우수고객으로 분류한다. 서민 금융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국민은행은 수신 기준 2천만 원부터 출발한다. 신한은행은 예·적금이나 펀드 상품 거래내역별로 점수를 부여, 우수고객들을 분류한다.
▲우수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차별화=은행들은 우수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우대금리 혜택 등을 제공하며 재무 상담 등 서비스를 실시하지만 우수고객 등급별로 서비스 질을 차별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최상위 'TCE' 고객은 자산관리 전담 직원 배치, 포트폴리오 추천 관리 등 자산관리 서비스, 세무 부동산 법률 상담, 방문 상담 등 자문 서비스, 건강 관리, 여행상품 제공, 스위스형 거래비밀 보호, 최첨단 지문인식 대여금고 무료 사용 등 부대 서비스, 전용공간 제공, 소모임용 이벤트룸 이용 등 은행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인 'TC'고객은 포트폴리오 추천, 방문 상담 서비스 등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며 일반 우수고객은 투자 정보 제공, 건강 관리, 여행 서비스 등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
대구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우수고객 등급에 따라 자산관리 서비스를 차등 제공한다. 문화 행사, 강좌 초청 등에 있어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은행에 따라 우수고객에게 증정하는 선물도 그냥 혁대, 만보기 부착 혁대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PB영업 강화는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은행들의 PB 마케팅은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어서 은행을 충실히 이용하는 고객이라도 '우수고객' 기준에 들지 못한다면 차별 대우는 심해질 전망이다. 각종 수수료가 인상되고 있지만 우수고객들이 수수료 혜택을 받는 데 비해 그렇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수고객 영업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일반고객들이 이를 비난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량고객 확보에 몰두하는 은행들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연구원 강경훈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우량고객 확보전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입찰자가 낙찰받는 '공통가치경매(common value auction)'와 유사해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이른바 승자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도 있으므로 개별 은행은 우량고객의 가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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