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우리가 연다-(5)경북대의대 모발연구센터

입력 2005-04-19 11:19:53

모발 모낭군 분리 이식 세계 첫 지평

경북대 의대 신관 269호 '모발연구센터'. 하지만 이는 국가나 대학이 지정한 공식 연구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이름도 비공식이다. 김정철 면역학 교수팀(김문규'성영관'한인숙)이 개별적으로 모발에 관한 연구 과제를 용역 받거나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연구하는 곳이다. 하지만 놀랄 만한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모발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관 '대한민국 지역혁신 박람회'에서 성공 사례를 발표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상을 받았다. 김 교수의 모발 연구는 흥미와 욕구 충족이란 다소 엉뚱한 동기에서 비롯됐다. 김 교수는 "모발은 섹스, 운동, 음식에 이어 성인 남자의 4대 관심사의 하나란 점에 마음이 끌려서 모발 연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지난 1992년 세계 최초로 모낭군 이식술을 개발했다. 54년 미국에서 펀치 식모술이 개발된 이후 새로운 차원의 이식술을 선보인 것이다. 모낭군 이식술은 모심기처럼 1구멍에 10여 개의 머리카락을 심는 기존 방법에서 발전된 것으로 모발의 모낭군을 하나씩 분리해 이식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KNU 식모기'를 개발해 2002년 미국 특허를 받아낸 데 이어 중국과 일본에도 특허를 신청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KNU 식모기를 이용한 모발이식 비율이 60~70%에 이른다.

센터는 모낭군 이식술 교육센터를 운영 중인데 현재 75명의 모낭분리사를 양성했고, 국내 의사 150여 명, 외국 의사 30여 명이 김 교수로부터 모발 이식술을 배웠다.

모발이식에도 한계는 있다. 옮겨 심을 모발이 없는 사람에겐 '빛 좋은 개살구'이다. 해결책은 모근복제. 모근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이를 머리에 심어 모발이 자라게 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모근 복제 연구에 착수해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다. 또 다른 연구 분야는 발모제 개발. 수염에서 증가된 유전자(모발 성장 관련 유전자)를 이용한 물질이 동물실험 결과 모발 성장과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이 결과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임상 실험이 남은 과제.

반대로 털을 없애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발모제 개발 아이디어를 뒤집어 모발성장 억제 유전자를 찾아서 이를 활용하는 것인데 이 역시 동물실험에서 상당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흰머리와 여드름 치료제,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피부 개발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과와 달리 연구 환경은 초라하다. 연구팀은 연간 5억~6억 원에 이르는 연구비를 조달하기 위해 현재 6개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여기에 요구되는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여간 부담이 아니라는 것.

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이 상당 분야에서 포괄적인 국제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바람에 좋은 연구 결과가 나와도 이를 상용화 하거나 특허를 내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백화점식으로 연구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사진: 경북대 의대 모발연구센터는 모발이식부터 제모제, 여드름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모발과 유전자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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