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배운다-스텐실 제작 체험

입력 2005-04-11 10:57:30

자원을 재활용하는 일은 경제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을 지키는 효과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재활용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리폼해서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리폼의 대명사인 스텐실과 포크아트 체험을 통해 자원을 새롭게 재생산하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체험팀은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풀잎문화센터 수성지부(www.pulip.com)의 최영미(31) 강사를 만나 보았다.

◇스텐실이 뭐예요

스텐실과 포크아트에 대해 생소한 어린이들은 궁금한 게 많았다. 최영미 강사는 "스텐실은 밑바탕이 되는 그림에다 붓으로 물감을 찍어서 만들고, 포크아트는 붓으로 그려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두 가지 모두 천, 목재, 유리, 벽, 깡통 등에 트레이싱지로 원하는 무늬를 오려서 색을 칠해서 만드는 공예품으로 기법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스텐실의 역사는 고대에까지 닿아 있었다. 중국은 기원전 3천 년경에 비단과 종이에, 서양 역시 기원전 2천500 년경 이집트에서 미이라를 넣는 관에 스텐실을 한 기록이 있다고 했다. 또 에스키모인들은 물개 가죽에, 피지섬과 같은 열대지방에선 바나나 껍질에도 스텐실을 했다고 하니 스텐실은 인류의 보편적인 활동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 강사는 소재에 제한이 거의 없고 색상의 짙고 옅음에 따라 입체감 넘치는 무늬를 넣을 수 있는 게 바로 스텐실의 장점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제품이든 새로운 디자인으로 고쳐 얼마든지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매력 중에 매력이라고 했다.

◇스텐실 무늬 여행

체험팀은 최 강사가 미리 준비해 둔 MDF로 컵 받침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반투명한 트레이싱지에다 샤프로 무늬를 본뜬 다음 스텐실 전용 조각칼로 무늬를 오렸다. 일반 가정에서는 그냥 연필 깎는 칼로 하면 안 되느냐고 묻자, 최 강사는 "원이 매끄럽게 잘 오려지지 않아서 스텐실 전용 조각칼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린 무늬에다 붓으로 톡톡 쳐서 색깔을 입히는데 쓰이는 스텐실 전용 붓도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지름 1cm 가량으로 둥글면서도 짧아서 어디에든 톡톡 치기에 알맞도록 빳빳했다.

한 시간 남짓 물감으로 색을 입히고 광택제로 마감을 하니 아주 예쁜 곰 무늬 하나가 컵받침에 새겨졌다. 아무 느낌조차 없던 MDF에 마치 생명이 불어넣어진 것처럼 살아있는 물건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무를 장만하고 그 나무에 밑그림을 칠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간단한 무늬 하나를 넣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진열해 놓은 스텐실 작품들은 무늬가 아주 복잡해서 만든 이의 노력과 정성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체험팀의 한 어린이는 "언제 시간이 이만큼 흘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면서 "직접 스텐실을 만들어보니 다른 사람들의 작품이 대단하게 보인다"고 했다.

◇제 2의 창작, 스텐실

스텐실이나 포크아트는 엄밀하게 따지면 재활용품을 자신의 개성으로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제2의 창작품이다. 최 강사는 컬러 시대에 살면서 인내심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활동이라고 했다. 현재 스텐실을 배우는 단계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나정씨는 "미술을 전혀 몰랐는데 스텐실을 통해 미술과 색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며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많이 하면 색감이 살아나고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생활용품들을 멋지게 새로 고쳐 쓰는 검소한 생활을 몸에 배도록 한다면 아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재산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문화원장 053-766-0841)

사진: 체험팀 어린이들이 최영미 강사와 함께 스텐실 작품 마감작업을 하고 있다.

최신 기사